우리의 문명이란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우리가 누리고 있는 문화라는 것은 과연 우리에게 무엇을 안겨주고 있고, 우리를 얼마나 행복하게 해주고 있는 것일까? 문화선진국 또는 경제선진국민들이 꼭 행복하지 않는 사실을 보면 우리는 현재의 삶을 다시 조망해 볼 필요가 있다. 지금 나는 맞벌이부부로써 좀 더 여유롭고 풍족한 삶을 누리기 위해 세상에 하나뿐인 분신을 세상에 내어놓고 3개월만 아이의 곁을 지켜주고 회사에 나와 일을 하고 있다. 이것이 과연 잘하는 짓인지, 또 내 아이의 순수하고 맑은 유년시절을 어떻게 돌봐줘야 하는지 궁굼했던 찰나에 만나게 된 "빠빠라기". 빠빠라기가 무슨 뜻인지 자뭇 궁굼해져서 읽기 시작했다.

 

 남태평양 사모아 제도의 투이아비 추장이 유럽을 직접 방문하고 돌아와 폴리네시아에 살고 있는 원주민들에게 백인문명에 대해 이야기한 연설문을 바탕으로 쓰여진 문명인들에게 보내는 책이다. 사모아 제도의 주민들이 유럽의 문명인을 가리키는 말이 빠빠라기이다. 빠빠라기는 하늘을 찢고 내려온 사람들을 말하는데 유럽인들이 바다건너 섬으로 올 때, 원주민들의 눈에 그렇게 보였기 때문이다. 그렇게해서 사모아 제도에 들어온 유럽문명은 원주민들의 삶을 향상시키고 행복하게 해 주어야 하는데, 실상은 그렇지가 않다. 그러나 유럽 강대국의 논리는 자신들만이 옳고 바람직하다고 주장하는데, 사실 그들 유럽인들의 문명이라는 것이 얼마나 허무하고 부질없는 것인지 투이아비 추장을 꿰뚫어보고 있었던 것이다.

 

 이 책은 총11개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책 표지와 제목과 글씨체가 워낙 촌시럽고 안 예쁘고, 흑백이라서 책 내용도 좀 그렇지 않을까 싶었는데, 읽어보면 알겠지만 책 그림은 예쁜 파스텔톤 색감과 다정다감한 터치가 풍부하다. 그런 그림을 보면 원주민들의 따스한 마음과 그들의 세계관과 삶의 양식도 더불어 느껴지는 것 같다. 우리는 당연하게 입고 걸치는 옷과 각종 액세서리, 또 당연히 추구하는 돈과 같은 물질에 대한 욕망은 원주민의 맑은 눈으로 걸러서 바라보면 모두 의미없고 부질없는 짓인데...

 

 서양문명은 우리로 하여금 좀 더 나은 상황으로 이끄는 것처럼 보인다. 어떤 면에서는 어둠의 세계에서 우리를 문명화된 빛의 세계로 인도하는 것 같으나 사실 그들이 살고 있는 어둠의 세계로 우리를 이끄는 것은 아닌지 자문하게 된다. 동그란 쇳조각과 숫자가 잔뜩 적힌 종이조각에 인생전부를 올인하는 우리들... 부자가 되고 싶어하면서 성실하게 일하는 사람의 보수가 더 적은 사회. 책을 읽다보니 어느덧 내 자신은 시간에 쫓게 정신없이 살아가다보니 정작 중요하면서 소소한 일상의 자그마한 행복을 놓치고 사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 돌아볼 기회가 되었다.

 

빠빠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