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언니의 일기를 몰래 읽어보며 들킬까 조마조마해 하곤 했었다.

제목도 그렇고 글쓰기도 그렇고 무척 매혹적이다.

시를 쓰고자 했던 사람인 만큼 무척 섬세하고 문학적이기도 하여라.

그럼에도 오직 글쓰기로 밥벌이 하려하지 않고 생활인으로서 노동을 하며

글쓰는 삶이 무척 훌륭하다.

예전에 조정래도 먹고 살려고 책장시(?)도 하고

박완서도 먹고 살려고 글쟁이가 되었다고 들었다.

그 얘기를 떠올릴 때마다 글쓰는 능력도 없으면서

평생백수를 꿈꾸는 자신이 부끄럽다.

 

 

이 작가가 쓴 소설도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들 만큼 글이 좋다.

솔직하고 편안하고 그렇지만 고뇌하고 노동하고

끊임없이 쉬지 않고 노력하는 작가이다.

내 일기는 늘 피로를 호소하는 글 일색인데

일기를 이렇게도 쓰는구나.

 

 

편집자로서 일을 해나가는 과정이나, 작가, 시인들과 만나고

문학을 이야기하고 시를 노래하고

그 자신이 살아있는 작가 라는 생각도 들고

그런 삶이 조금 부럽기도 하고.

이 작가랑 친해져서 내가 좋아하는 작가들도 만날 수 있었으면 하는 사심도 가져보고

그의 글 속에 등장하는 여러 문학작품들도 한번씩 읽어보고 싶다.

그리고 작가와 함께 읽었던 책들에 대해 얘기 나눠보고 싶다.

 

 

 

철저히 문학적인 글쓰기. 그것에 깊이 공감하였다.

요즘은 정말이지 순수하게 "문학적"인 글을 만나기가 힘들다.

합법적으로 남의 일기 훔쳐(?)보기에 중독될 만큼 즐거운 독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