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그 정도 아프다고 학원에 못 간다고 하면 언제 공부할래? 이래서 빠지고 저래서 빠지면 좋은 대학엔 어떻게 가니? 쯧쯧, 좋은 대학에 가야 연봉 높은 직장을 구하는 법이야. 누가 공부도 못하고 대학도 시원치 않은 곳을 나온 놈에게 높은 연봉을 주겠니?”
우연히 한 어머니가 자녀와 전화로 대화하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대화의 흐름으로 보니 몸이 아파 학원에 못 가겠다고 양해를 구하는 자녀의 전화인 듯했습니다. 몸이 아프다는 자녀의 말 한마디가 먼 훗날의 연봉으로까지 순식간에 전개되는 것을 보고 실로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런 말을 듣고 사는 자녀는 어떤 심정일까, 이런 마음을 가진 부모들의 자녀가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났습니다. 사실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은 오래전 어느 부부의 광범위한 연구를 통해 이미 증명되었습니다. 자녀 교육 해법을 속속들이 밝혀낸 연구였습니다

1988년에 올리너 부부는 『이타적 인성The Altruistic Personality』이라는 책을 출간했습니다. 이 책에는 2차 세계대전 때 홀로코스트(유대인 대학살)가 벌어지는 동안 ‘동시대를 살면서 유대인을 구출했던 사람들과 다른 사람의 고통을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만의 삶을 영위하며 구출하지 않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연구 결과가 담겨 있습니다.
이 책을 보면서 흥미로웠던 점은 다른 사람을 도와준 구조 집단과 전혀 도움을 주지 않은 비구조 집단의 차이가 부모들의 양육 태도에 기인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부모가 자녀에게 해준 여러 말과 가정에서의 경험이 자녀가 다른 사람들과 어떻게 관계를 맺고 살아갈지를 결정하는 자녀의 성품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성품은 위기가 닥쳤을 때 삶의 양식이 되어 자녀들을 이끌고 있었습니다.
아무 죄 없이 유대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수용소에 끌려가 억울하게 죽어가는 사람들의 아픔을 공감하면서 그들을 도운 구조자들은 자신의 부모가 어떤 말들과 태도로 자신들을 교육했는지 설명했습니다.
“`다른 사람을 돕는 것은 가치 있는 일이라고 말씀하셨지요.”
“`끝까지 참는 인내를 가르치셨어요.”
“`할아버지는 유대인이건 가톨릭 신자이건 모두 집에서 하는 성경 공부에 초대하셨어요.”
그들은 모두 가정에서 성품을 배웠습니다. 친절과 배려와 관용의 정신 등 훌륭한 성품의 덕목을 부모의 행동과 말을 통해 배웠던 것입니다. 그래서 구조자들은 모두 스스로 도덕적 영웅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그저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라고 담담하게 말했습니다.

그들 대부분이 매우 사려 깊게 행동하고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좋은 영향력을 끼치는 지도자들이었습니다.다른 사람들의 고통에 공감할 수 있는 그들의 성품이 나치에게서 많은 유대인들을 살려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전쟁이 끝난 후에도 여전히 사람들 속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하면서 지도자의 지위를 유지했습니다.
반면 동시대를 살면서도 시대적 위기와 다른 사람들의 고통에 눈감고 오직 자신의 생활에만 몰입하며 살았던 비구조자들은 인터뷰에서 자신의 부모에게서 다음과 같은 양육을 받으며 자랐다고 회상했습니다.
“`경제적 가치를 도덕적 가치보다 귀중하게 여겼어요.”
“`손해 보지 않고 사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며 사셨어요.”
“`부모님에게 억울한 취급을 당하는 일이 많았어요.”
이런 부모들의 말과 행동을 보며 자란것입니다.
이 연구에서 볼 수 있듯이 가정에서 부모에게 좋은 성품을 배운 이들은 시대적 사명을 다하는 지도자가 되어 성공하는 삶을 살 수 있었으며 그 성품의 뿌리가 바로 가정인 것입니다.

모든 부모는 자녀가 성공적인 삶을 살기를 소망하면서 자녀를 양육합니다. 현시대는 성공 지향주의에 입각해 모든 교육, 경제, 정치 시스템이 돌아가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과연 무엇이 성공입니까? 어떤 자녀로 키우는 것이 진정한 성공의 길일까요? 공부만 잘하면 성품이 바르지 못해도 면죄부를 주고 마는 이 시대의 부모들에게 묻고 싶습니다. 삐뚤어진 성품을 지닌 채 높은 수입을 올리고, 높은 지위에 오르고, 혼자서만 안락하게 잘 산다면 과연 성공하는 것일까요?
지금 우리는 이 시대가 원하는 자녀상이 무엇인지 생각해봐야 합니다. OECD 국가 가운데 청소년 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가 공부를 최대의 과업으로 삼고 있는 이 나라의 현실입니다. 열심히 공부하던 청소년들이 우울증으로 고생하다 결국 자살하고 마는 비극을 멈추기 위해, 자녀의 물질적 성공만을 위해 노력하는 부모의 양육 태도를 재정립하고 새로운 방향을 제시해야 할 때입니다. 이제는 공부 잘하는 자녀보다 성품 좋은 자녀로 양육하는 일을 자녀 교육의 목표로 세워야 할 때입니다. “`이제는 성품입니다”라는 슬로건을 큰 소리로 외쳐야 합니다.

프랭크 피트먼은 말했습니다. “`모든 생활의 안정은 성품에 달려 있다. 결혼 생활을 오래 유지하고, 부모가 자녀들을 건설적인 시민으로 키우는 임무를 충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열정이 아니라 성품이다. 이 불안정한 세상에서 끊임없이 인내하며 자신의 불행을 초월할 수 있도록 하는 것 역시 다름 아닌 성품이다.”
가정은 성품을 가르치는 최초의 학교입니다. 가정에서 부모와 함께 나누는 한마디 말이 자녀의 성품이 되고 부모가 보여주는 올바른 행동을 보고 자녀의 성품이 자랍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했듯이, 인간은 태어나면서 저절로 좋은 성품을 소유하지 않습니다. 좋은 성품은 평생 개인과 사회가 함께 노력해야 이룰 수 있습니다.
점점 치명적으로 변화하는 세상의 문화 속에서 자녀를 올바른 성공으로 인도하고자 하는 모든 부모의 소망을 담아 성품 좋은 아이로 키우는 자녀 교육의 비법을 제시해 드리겠습니다..

2009년 새로운 해를 시작하며
이영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