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볼 때마다 느껴지는 호기심과 책에 대한 굶주림은 오늘도 한 권의 책을 손에 쥐게 한다. 이 책의 장르는 무엇일까? 겉표지에 쓰인 작고 굵은 글씨 “여행에 미친 사진가의 여행본능을 불러일으키는 포토에세이”라는 글자가 눈에 들어온다. 여행을 좋아 하는 사람이 여행에서 찍은 사진과 여행수기를 담은 책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면서도 부러움 반 질투심 반으로 작가는 좋겠다. 얼마나 돈이 많으면 여행만 다니면서 살까? 이런 생각이 뇌리를 스친다. 책을 보고 글을 읽기도 전에 이런 그릇된 시각과 편견에 사로잡힌 내가 부끄러워진다. 나 또한 여행을 좋아하면서(여행을 싫다고 하는 사람은 없겠지만) 내가 하는 여행은 삶의 질을 높이는 낭만이 되는 것이고 타인의 경험과 삶은 가볍게 생각하여 질투심어린 시각으로 바라보는 내 자신이 못나 보인다. 여전히 내 삶에 여유가 없고 스스로에 대하여 떳떳하지 못한 자아 때문은 아닐까?

겉표지를 넘겨 작가의 프로필을 살펴본다. 15년 동안 프리랜서 여행사진작가로 활동하면서 10권의 책을 펴냈으며 10여회의 전시를 열었고 아마추어 작가들을 위하여 효창동에 갤러리카페도 운영한다고 한다. 나의 오만과 편견이 다시금 부끄러운 마음을 드러내게 했다. 이 사람은 적어도 ‘자신이 가진 것을 나누는 방법을 알고 있는 분이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자신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한 부분을 후배들을 위해, 아마추어들을 위해 내놓았으니 말이다. 

책의 장르는 에세이지만 화보집에 가까운 수준이다. 그래서 포토에세이라고 했을까?
책장을 넘겨보면 작가의 사진들이 화려하게 책장을 수놓는다. 종이도 질감이 좋은 컬러로 되어있어 사진 작품을 감상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그런데 가격은 15,000원으로 저렴(다른 컬러판 책과 비교하여)하다. 가격까지 이렇게 착하다니 다시금 호감을 갖게 한다.

 

책장 한 장 한 장마다 작가의 작품세계를 드러낸다. 마치 사진갤러리에 온 것 같은 착각이 들게 할 정도로 말이다. 화려한 색감, 작품의 구도에서 사진을 취미로 삼는 사람들에게 좋은 교과서가 될 수도 있고 책에 실린 사진과 비슷한 곳에서 다른 작품을 찍어보는 것도 좋으리란 생각이 든다. 그리고 책의 분량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글자들, 그러나 적은 글자들이지만 글의 내용은 작가의 내면세계를 드러내는데 있어서 강렬한 인상을 심어준다. 
 

셔터를 눌러 사진을 찍는 다는 것은 무엇일까? 추억을 남기는 것일까?

작가는 이러한 단순한 행동에도 경종을 울리며 사진을 찍는 본인의 철학을 말하고 있다. 

“소년의 거친 발을 찍기 위해 여행으로 인해 더럽고 거칠어진 내 발을 먼저 보여 줬다. 같다는 것을 확인한 소년이 입가에 미소를 머금은 채 눈빛으로 자신의 발을 찍는 것을 허락했다. 사진을 찍는 마음은 그런 것이다. 아무리 피사체에 대한 욕심이 생겨도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 채 셔터를 누른다면 그것은 단지 사진 사냥일 뿐이다. 결국 피사체를 사냥하는 이기적인 사진가가 될 것인가? 피사체를 존중하는 사진가가 될 것인가? 그것은 본인의 선택이다. 분명한 것은 예의를 갖춰 셔터를 누르는 마음이 결국 감동을 주는 사진이 된다는 것이다”나 또한 사진사냥만 하고 다녔던 것은 아닌가? 다시금 생각해 보게 한다. 

 

작가는 책 제목처럼 “여행을 떠날 때는 당분간 돌아오지 않을 것처럼 떠나지만 여행지에서는 또 다시 집으로 돌아갈 시간을 그리워한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멈출 수 없는 여행 본능은 이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뿐만 아니라 나에게도 전이되어져 온다.

책의 구성은 케이프타운, 마다가스카르, 에든버러, 파리, 아시아, 페루 6개 도시에 대한 인물, 자연과 풍경, 동물 그리고 사물들을 보여주고 있으며 여행에서 느꼈던 삶의 소중한 것 들을 솔직 담백하게 표현함으로서 여행이란 단순히 어딘가를 가서 보는 것으로 머무르지 않고 새로움과 어색함과 낯선 환경과의 만남에서 오는 설렘을 사랑하게 한다.  

 

많은 여행책자들이 있고, 여행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는 책을 원하는 독자들에게는 필요한 정보들을 제공해 줄 수 없지만 순수하게 여행에 대한(단순한 지역성이 아닌) 꿈을 가진 사람들에게와 사진을 취미로 하는 사람들에겐 한번쯤 읽어볼 만한 책이라고 생각이 든다. 포토에세이답게 많은 사진들이 있어 눈이 즐겁고 신미식 작가와 친해지고 싶은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