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가을 6살 아들의 유치원에서 "콩"이라는 주제로 프로젝트 수업이 있었습니다.
아들은 콩을 두부, 된장, 콩밥이 될수 있다고 노란콩을 삶고 
절구공이에 찧어 손바닥만한 메주를 쿠킹호일에 싸왔습니다.
그러면서 "엄마 이게 어떻게 간장이 되고 된장이 돼"라며 묻더군요.
아 사실 저도 메주가 간장, 된장이 된다는 것만 알았지 
그 과정을 몰랐던지라 아이에게 쉬이 대답해주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고른책 책읽는 곰의 "가을이네 장담그기" 

이책은 콩꼬투리가 누렇게 여문 할머니네 콩밭에서 콩을 따고 도리깨를 두드려 콩을 털어내고 
키로 까불고 콩을 씻어 삶아  메주를 만들어 뜨끈한 아랫목에서 메주를 띄워 장담그는날의 모습까지를 담고 있습니다.
볏짚에 불을 붙여 항아리을 엎어 놓고 항아리 금간곳을 살피는 모습이며 
소반에 메주한덩이, 붉은고추, 소름을 올려놓고 장이 맛나기를 기원하는 모습 
그리고 음력 정월 말날에(달리는 말) 장을 담그는 의미까지
조상때부터 내려오는 우리 전통의 장담그기 모습을 수채화풍의 맑은 그림과 
할머니가 손주에게 들려주는 대화체의 구성으로 잘 정리되어 있습니다.

특히 아름다운 수체화풍의 그림은 봄이 오고 여름이 옴을 굳이 글로 내보이지 않아도 
다 알수 있을만큼 그림으로 시간의 흐름을 이야기하고 있어 더 정겹게 느껴집니다.
그림속 할머니집 방안에 켜켜이 개워져 올려져 있는 두꺼운 이불이며 
벽한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가족사진액자들은 어린시절을 시골에서 보낸
나에게는 따뜻한 향수를 불러일으킵니다.

마지막장, "가을이네 할머니가 들려주는 장이야기’는 
아이들뿐 아니라 장에 대해서 잘 몰랐던 내게도 유익한 읽을거리가 되었습니다.
6살 아들과 함께 읽으며 도리깨. 키, 까분다, 뜬다등 요즘 쉬이 접해 보지 못한 단어들과 
물건들에 대해서도 이야기해보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가을이네 장담그기와 함께 한 며칠동안 아들은 
이제 누구에게나 스스럼 없이 콩이 간장, 된장이 되는 과정이며 장항아리에 
버선본을 거꾸로 붙이는 이유까지 설명할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만큼 이책이 편안한 문체와 알기 쉬운 그림으로 엮어졌기 때문이겠지요..

이책에서도 언급했지만 나 또한 이책을 읽으면서 유명식품회사들이 만든 간장, 된장등이
대형마트에 즐비한 요즘 주부들의 수고는 한껏 줄었지만 
우리고유의 음식문화와 각각의 특별하고 맛있는 장맛이 없어지는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 절로 들었습니다.
또한 메주를 쑤고 장을 담는 모습 마저도 책으로 밖에 만날수 없는 우리 아이들에 대한
안타까움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한편으론 우리의 멋과 맛을 이렇게 좋은글로, 책으로 만들어 주시는 분들이 있다는 것에 감사한 마음도 들었습니다

세밑에 불황이며 감원등 잇따른 경제한파에 자꾸만 몸이 움추려듭니다.
이럴때 일수록 조상으로 부터 전해 내려오는 우리 전통의 문화를 되새겨  보며 
마음 한자락에 여유를 가져보는건 어떨까요
봄부터 콩을 심고 거두는 그 정성과 땀 
그리고 메주에 좋은 곰팡이가 앉길 참고 기다릴줄 아는 조상들의 슬기와 생활양식이 그리운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