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는 여러 개의 얼굴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처음 파리를 방문하면 어디부터 경험해야 할까 고민하게 되고 가장 유명한 것들부터 보이지 않는 곳까지 세세하게 찾아가게 된다. 또한 떠나올 때 아쉬움을 남기고 돌아오며, 언젠가 또다시 오기를 간절히 바라게 한다. 이 책은 제목부터 파리의 여러 모습을 잘 담아냈다. 그렇다. 파리는 항상 이방인들을 유혹한다. 

 이 책은 여는 글을 시작으로 센 강에 비친 노트르담 대성당/ 다리에 새겨 놓은 영원/  파리 거리에 숨은 예술혼/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예술가의 사랑방, 파리의 카페/ 예술가의 거리, 몽마르트르와 몽파르나스/ 예술가의 마을, 일 드 프랑스 이렇게 7개의 주제로 파리를 소개하고 있다. 

 파리는 역사와 문화, 예술과 철학이 삶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는 아름다운 도시이다. 책 속에 도시에 대한 소개뿐만 아니라 건축물, 예술품, 카페와 예술가들의 삶과 사랑 등 재미있는 이야기들까지 함께 소개되어 있어 읽는 내내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게 읽어 나갈 수 있었다. 하나의 주제가 시작될 때마다 건물과 그림을 소개해 주어서 무엇을 설명할 것인가 짐작할 수도 있어서 좋았다. 

 과거 화려한 역사를 가진 덕분에 많은 문화유산들을 가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엄청난 액수의 돈을 들여 예수님의 머리에 씌여졌다는 가시면류관과 박혔던 못을 구입하고 그것들을 1500년이 넘는 시간동안 고스란히 간직해 온 저들의 열정과 문화유산에 대한 높은 의식이 솔직히 더 부러웠다.  어느 나라인들 조상들이 물려준 귀중한 문화유산을 소중히 다루고 잘 보관하고 싶지 않겠냐마는 저들의 정성과 문화에 대한 높은 인식은 오늘의 문화, 예술의 도시로써 세계인들을 파리로 몰려오게 하는 원동력이라고 생각한다. 

 그 밖에도 훌륭한 문학 작품과 사상을 남긴 문학가나 철학자, 사상가들을 기리며 그들이 살다간 흔적을 고스란히 남기고 보존하여 그 어느 나라에서도 만들어 낼 수 없는 새로운 관광지를 만들어 내는 그들의 모습이 부러워지면서 한 시대 예술과 문학을 남기고 떠난 우리나라 예술가들의 모습과 대우가 생각나 부끄러웠다. 

 김구 선생님은 우리나라가 군사적, 경제적으로 강대국이 되는 것보다 문화선진국이 되기를 간절히 바랬다. 당대의 과학기술을 총동원해 튼튼하고 아름답게 쌓았던 수원 화성을 두고  한 신하가  "목숨 걸고 적과 싸워야 하는 성을 왜 이토록 아름답게 짓습니까?"라고 묻자 정조대왕은 "아름다움이 적을 이기느니라."라고 답했다고 한다. 문화의 힘을 알았던 김구 선생님과 아름다움이 곧 인간의 마음을 움직이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던 정조 임금님, 두 사람 모두 그 시대의 훌륭한 지도자였음을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지도자의 덕목속에 아름다움을 알고 소중히 여길줄 알아야 한다는 뜻이겠지......

 파리가 우리를 황홀하게 만들며 유혹할 때 마음껏 그 유혹에 넘어가 그 속의 여유와 아름다움에 흠뻑 취하고 싶다. 그 아름다움 속에 공존하는 다양한 사상과 정신을 살짝 건져오고 싶다.  책 뒤편에 파리 시내 지도와 유명한 유적지나 카페 등에 대한 정보가 들어있어 여행기도 읽고 관광지 정보도 얻을 수 있어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