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살아가면서 각자에게 주어진 외로움과 고독함때문에 괴로워하기도 하고 즐거워하기도 한다. 신은 인간을 창조할 때 그의 생기를 불어 넣어 주었기때문에 영적인 존재를 모르고 살아갈 때 근원적인 고독에 빠지게 된다. 그 근원적인 고독함을 오직 신의 영역이다. 인간의 지식과 명예, 권위와 부로는 절대 채울 수 없는 신과의 관계에서만 채우고 비울 수 있는 것이다. 

 이 책의 저자 이어령씨는 우리 나라를 대표하는 석학이기도 할 수 있다. 문학박사이자 문학평론가로 교수, 초대 문화부장관, 유네스코 세계문화예술교육대회 조직위원회 위원장 등을 엮임했고, ’흙속에 저 바람 속에’, ’축소지향의 일본인’, ’디지로그’, ’생각에 날개를 달자’ 등등 그가 남긴 저서를 통해 그를 표현할 수 모든 것들에서 우리 나라와 이 시대를 대표할 수 있는 최고의 지성인이라는 말에 반감을 표할 자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런 그가 70평생 한 번도 넘지 않았던 영성의 문을 두드렸다. 지성을 넘어 영성으로 향해 가는 그의 변화된 내면과 모습이 고스란히 이 책에 담겨 있다. 

 이 책의 첫 장을 넘기면 먼저 그가 쓴 ’어느 무신론자의 기도1’이 나온다. 조심스럽게 어린 아이가 가진 호기심을 그대로 담아 그는 신에게 묻고 있다 

 " ......
   하나님
   어떻게 저 많은 별들을 만드셨습니까
   그리고 처음 바다에 물고기들을 놓아 
   헤엄치게 하셨을 때
   저 은빛 날개를 만들어
   새들이 일제히 날아오를 때
   하나님도 손뼉을 치셨습니까

   아! 정말로 하나님
   빛이 있어라 하시니 거기 빛이 있더이까

   ...... "

 이 땅의 최고의 지성인이 저 하늘의 신에게 묻고 또 묻는다. 나이 든 인간이 어린 아이와 같은 순수한 모습으로 묻고 또 물을 수 있는 존재는 신뿐이다. 신앞에 우리는 무지해도 연약해도 된다. 묻고 고백하고 평안을 얻으며, 삶을 향해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은 정말 확실한 축복이다. 과학문명이 발달하고 디지털 혁명이 인류를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발전시켜 놓는다고 해서 영적인 메마름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은 신과 대면해야 하고 끊임없이 묻고 응답을 들어야 한다. 

 이어령씨는 서언에서 자신을 ’예수쟁이’가 되었다고 비아냥대는 사람들에게 아무 대꾸도 하지 않고 화도 내지 않는다고 고백했다. 그 이유가 아래의 말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 그들의 얼굴과 거동에서 자신이 그동안 걸어왔던 외롭고 황량한 벌판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남을 찌르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는 사막의 전갈 같은 슬픈 운명 말입니다. ...... 겉으로는    
   강 한 싸움꾼인척 하지만, 옆에서 누군가 한마디 훈수를 하고 조금만 역성을 들어주면 금시
   어린애처럼 울음을 터뜨리는 약한 무신론자들인 겁니다. "

 일본 교토에서 절대적인 고독을 맞닥뜨린 가운데, 또 목숨처럼 아끼고 사랑하는 딸의 고통을 통해서 그는 지성을 넘었고 영성으로 나아갔으며, 더 크고 넓은 세계를 이야기 할 수 있게 되었다. 단순히 고기덩어리 육신만 가진 인간이라면 우리는 비참할 수 밖에 없다. 육체의 껍데기속에 깃든 영혼의 세계가 존재하기에 고독하지만 인간의 삶이 아름다울 수 있는 것이다. 신의 손끝으로 창조되고 신의 생기를 받아 숨 쉴 수 있는 우리는 얼마나 오묘하고 신비한 존재인가.
 이것이 인간이 동물과 다를 수 밖에 없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