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이 책을 다 읽기까지 인내의 시간이 필요했음을 고백한다.  비극 제 1부까지는 쉽게  읽히고 이해하는데도 어려움이 없었지만 비극 제 2부의 1막부터 5막까지는 다 이해했다고 자신있게 말하지 못하겠다. 아마 학생과의 약속이 아니었다면 읽을 생각도 하지 않았을 책이다.

  [파우스트]는 만만한 책이 아니다. 완전한 모습으로 세상에 나오기까지 그만큼 긴 시간 동안 축적된 사상과 심오한 내용, 복잡하면서도 미묘한 구성과 상징에 대해 짧은 지식으로 한 번 읽고 다 이해한다는 것 자체가 교만이란 생각이 든다. 그러나 괴테에게 [파우스트]의 영감이 잉태되고 탄생하기까지 약 80년의 시간이 걸렸다는 것에 경의를 표한다. 그의 창작 의욕과 노력에 존경심이 절로 생겼다. 

 1831년 4막이 미비한 상태에서 2부를 완성한 괴테는 ’요한 페터 에커만’ 에게

	나는 지금부터 내 남은 인생을...순수한 선물로 여길 수 있소. 앞으로 뭔가를 더 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이 점만은 근본적으로 변하지 않을 것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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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고 말했다고 한다. 

  인생의 황혼, 노년에 주어진 시간을 허무와 지루함에 서서히 죽어가지 않고 남은 시간을 신의 선물로 여기며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이 너무나 부러웠다. 이것이 지혜롭게 나이들어 가는 방법일 것이다. 

 [파우스트] 의 제 1부는 자신의 학문 수준에 만족을 느끼지 못하고 자살하려는 파우스트가 악마 메피스토펠레스와 영혼을 걸고 계약하게 되면서 시작된다. 신과 내기를 한 악마는 파우스트를 타락시키기 위해 그에게 청춘을 되찾아 주고 쾌락과 사랑에 빠지게 한다. 2부에서 파우스트는  중세 독일의 황궁에서 황제의 제물을 훔쳐오고,  고대 그리스의 미녀인 헬레네와 사랑에 빠지며, 개간 사업을 벌여 자신의 꿈을 이루려고 노력하지만 결국 죽음의 순간을 맞이한다. 메피스토펠레스는 파우스트의 영혼을 가져가려고 하지만 그레트헨의 기도에 힘입어 구원을 얻게 된다. 

 원인과 결과가 확실한 드라마와 소설에 익숙해져 있었기에 작품을 다 읽는 동안 힘이 든 것이 사실이지만 인간이란 과연 어떤 존재이며, 우리가 살아가야 하는 인생은 어떤 것이고,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길인가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우리가 꿈꾸고 추구하고 열망하며 노력하는 모든 상황가운데 타락하고 죄에 빠지고 괴로워 하는 것이 결국 우리에게 구원의 길에 이르게 하는 열쇠였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선량한 인간은 비록 어두운 충동에 쫓기더라도 올바른 길을 일지 않는다]라는 것을 독자들에게 알려주므로써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자신에게 주어진 삶이란 시간을 죽이는 것이 결국 죄라는 것을 일깨워 주고 있었다. 

 [파우스트]의 명대사인 " 인간은 노력하는 한 방황한다."라는 말처럼 인간은 짐승과는 달리 더 나은 삶과 의미를 찾기 위해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으려고 노력하며 스스로 고통과 어려움의 길을 선택하고 달려간다. 그리고 세상에 태어난 이상 자신에게 주어진 삶에 대해 책임지고 생각하고 방황하는 인간에게 신도 구원의 손을 내민다. 

 괴테는 83세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지치지 않는 창작 활동과 열정을 보여 주었다. 그는 우리에게 아릅답게 나이들고 삶을 마감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인간은 노력하는 한 방황하지만 그래서 더 아름다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