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는 기록되고 또 기록되면서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잇고 있다. 그 역사 중심에 사람이 있다. 세상을 보는 기준으로 두 가지로 분류한다면 사건과 사람으로 나눌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사건을 일으키고 풀어 나가는 것 또한 사람이다. 그렇다면 역사의 중심은 사람이다. 그래서 사람이 중요하다. 사람을 아는 것이 곧 세상을 아는 것이고 세상을 보는 것이고 우리가 살아가야 할 방향과 기준을 세우는 길이 된다. 그래서 어떤 사람이 어떻게 살아갔느냐가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력은 매우 크다. 
 
이 책의 저자 박범신은 책 맨 앞에 

이 책을 평생 그 뜻이 높았고 
그래서 외로웠고 
그러나 옛산에 기대어 바람처럼 살고 싶었던 
고산자 김정호 선생과 
조국의 강토를 사랑하여 지도 그리기에 평생을 바쳤던 
조선의 모든 지도꾼들에게 바칩니다.

라고 말했다. 

 김정호가 남긴 ’대동여지도’는 조선에서 만든 지도 가운데 가장 크고 가장 훌륭한 과학적 실측지도였다. 그 만큼 그 가치가 높았고, 그만큼 고산자 김정호에 대한 질투와 오해, 그에 따른 진실은 지금까지도 분분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작품을 통해 느낄 수 있었던 것은 김정호의 우리 국토에 대한 애틋함과 지도에 대한 열정과 사랑이었다. 그에게 있어 지도 만드는 작업은 삶이고 자기 자신이었다. 그리고 그 속에 민족과 백성에 대한 사랑이 고스란히 녹아 있었다. 그래서 지도는  단순한 그림이 아닌 백성들의 생명이 되고 이 땅의 힘이 된다는 것도 느낄 수 있다. 소설 속 김정호는 지도의 주인은 나라의 것이기에 앞서 백성의 것이라야 한다라고 생각한다. 무릇 지도란 나라에서 감춰둘 것이 아니라 온 백성에게 나눠, 쓰임을 널리 구해야 한다고 생각한것이다. 그가 대동여지도를 완성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이러한 신념이 강하게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진정으로 지도의 주인이 누구인지를 잘 알았던 인물이다. 

 요즘 우리 나라나 세계 곳곳에서 걷기 열풍이 한창이다. 우리 나라도 제주 올레를 비롯해 지리산 둘레길과 같이 걷기 좋은 곳이 생겨나고 먼 스페인 산티아고는 세계 여러 사람들을 오직 걷기 위한 순례길로 사람들을 불러 모은다. 여행을 떠나거나 길 위를 걸어 본 사람들은 잘 안다. 지도가 얼마나 소중한지...손쉽게 구해서 가볍게 보고 넘기기도 하지만  지도 속에서 우리나라를 만나고 사람을 보고 문화를 만나게 된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국토에 대한 애정도 생겨나기 마련이다. 내 나라가 이렇게 생겼구나, 내가 살고 있는 서울에서 이곳이 이렇게 멀었구나, 이곳에 무엇이 유명하고 바다가 있는지 산이 있는지 어떤 문화유산들이 숨겨져 있는지 한 눈에 찾아 볼 수 있는 것이 지도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교과서 속 인물로 알았던 김정호를 다시 만나게 되었다. 한 길을 묵묵히 걸어간 사람들에게선 그 사람만의 향기가 난다. 철학과 열정과 집념의 향기이자 사람의 향기말이다. 그 뿐아니라 사전이나 인터넷을 뒤져야만 정확히 알 수 있는 서글프지만 아름다운 우리말들이 많이 적혀있어 좋았다. 어떤 외국어 보다도 아름답고 부드러운 우리말의 어감을 소리내어 읽어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당대의 실학자이자 과학자로 알았던 최한기와의 우정과 대화, 강화도 조약을 맺었을 때 조선의 대표로 섰던 신헌도 교과서가 아닌 생생한 한 명의 사람으로 만나볼 수 있어 좋다. 그 밖에도 18세기 조선의 여러 모습과 상황까지 확인 할 수 있어 우리의 역사를 공부하고 익히는 데에도 도움이 컸다. 

 드라마에서도 인물을 재조명 하고 그 인물을 통해 시대와 사건을 재해석하고 재조명하는 요즘이다. 고산자 김정호의 열정과 노력과 눈물과 이 나라 국토를 진심으로 사랑했던 마음이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고스란히 전해지기를 바란다. 
진정으로 사람은 꽃보다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