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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도 바다 한 가운데 눈먼 어부가 홀로 서 있다.

어부가 되기를 간절히 바라는 한 사내가 있다. 당뇨 합병증으로 8년 전 눈을 잃은 아버지를 따라다니며 아버지의 삶을 사진으로 기록하는 김연용이 그 사내다. 처음엔 그저 앞 못보는 아버지를 돕고 생계를 꾸리기 위해 젏은 피를 잠재우고 갯벌에 뛰어든 그이다. 달콤한 유혹과 환락으로 가득한 도시생활을 경험해본 그에게 쉽지 않은 결단이었으리라. 그러나 아버지를 멀리 두고 도시에서 수확한 많은것들보다, 아버지와 함께 ’아버지의 바다’에서 거둬들인 그것들이 훨씬 값진것은 말할 것도 없다. 앞을 보지 못하면서도 바닷길을 헤쳐 나가시는 아버지와 그 뒷모습을 바라보는 아들의 시선이 흑백사진처럼 흐릿한 시야를 만든다. 아버지의 어리기만 했던 그 아들은 이제 아버지의 단단한 생명줄이고, 세상을 보게하는 빛이 되었다. 이토록 향기로운 사진이 또 있을까?

난 사진 찍히는걸 아주 싫어한다. 하지만 사진 찍는것은 좋아한다. 나의 사진기는 언제나 사람을 향해 있다. 아이들의 자지러진 웃음과 유쾌한 일상 담기를 즐겨한다. 수많은 사진들속에서 아버지의 표정을 찾아보았다. 별로 없다. 그나마 간간한 사진속에서 아버지는 곤한 웃음을 하고 계신다.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을 달래기에 턱없이 모자란 밤이다.

     요즘 들어 부쩍 아버지의 볼이 많이 패였다.
    하나씩 이가 빠져나가 이젠 몇 개 남지도 않았다.
   "이젠 입맛이 바뀌었나봐...별로야."
     아버지께 달려가던 무김치가 부끄럽다.
     이제 아버지께서 좋아하시는 음식은 흐물흐물한
     배추 이파리와,  삭은 게장이 전부이다.
     안타까운 마음에 좋아하시는 반찬을 가까운 곳에
     놓아드리지만,
     아버지의 수저는 그곳을 빗나가기 일쑤이다.

     그것이, 내가 아버지 곁에 머물 수밖에 없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책본문中)

아버지께 하모니카를 선물했습니다.
아버지는 일찌감치 바다에 나가 물때를 기다리며
하모니카를 부십니다. 그때 아버지께서 즐겨 부시는 노래는 ’클레멘타인’입니다.

하모니카 소리가 길게 울려 퍼지면
바닷물도 천천히 길을 내어주기 시작합니다. (책본문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