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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시는 소독을 해야만이 마실 수 있는 수도물이나 코카콜라 같은 음료수처럼 관습적인 언어로 된 너무나도 많은 기성시 속에서 때묻지 않은 언어의 신선함, 기교에 의해 조작된 조화 같은 언어가 아닌 혹은 너무나 아름다운 말만 골라서 유창하게 흘려놨을 때의 그 따분함이 아닌 신선함을 주고 있는 것이 그 시들에 깊이 공감할 수 있는 놀라움이라 하겠다.李哲範

이해인님의 시는 맑아서 정말이지 좋다. 언니같은 다정함으로 내가 기댈 수 있는 어깨를 내 주는 듯 하여 좋다. 그리고 가장 좋은건 신앙인이라는 이름으로 너무 거룩한 채 하지 않아서 좋다. 그냥 여자로서 자신의 모습도 들어낼 줄 알아서..그래서 좋다. 너무 여리지 않은것도 내가 님을 좋아하는 이유다. 싯귀 사이사이가 여린 단어들로 빼곡하다면 지금 흔들리고 있는 내맘은 여지없이 따라 무너지고 말 것이다.
오늘은, 맑고 그러면서도 강직하고, 또한 ’척’ 하지 않는 그녀의 詩들로 더불어 호흡하고 싶다.

바다새

이 따의 어느 곳
누구에게도 마음 붙일 수 없어
바다로 온 거야

너무 많은 것 보고 싶지 않아
듣고 싶지 않아
예까지 온 거야

너무 많은 말들을
하고 싶지 않아
혼자서 온 거야

아 어떻게 설명할까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은
이 작은 가슴의 불길

물 위에 앉아
조용히 식히고 싶어
바다로 온 거야

미역처럼 싱싱한 슬픔
파도에 씻으며 살고 싶어
바다로 온 거야

나도 님처럼 나의 마음을 들키고 싶지 않아
바다로 향합니다...

어떠한 소리보다
아름다운 언어는
향기

멀리 계십시오
오히려
천리 밖에 계서도
가까운 당신

당신으로 말미암아
내가
꽃이 되는 봄
마음은
천리안

바람 편에 띄웁니다
깊숙히 간직했던
말 없는 말을
향기로 대신하여

당신의 향기가 느껴지지 않습니다. 당신은 얼마나 멀리 계신가요?

오늘은 내가 반달로 떠도

손 시린 나목의 가지 끝에
홀로 앉은 바람 같은
목숨의 빛깔

그대의 빈 하늘 위에
오늘은 내가 반달로 떠도
차 오르는 빛

구름에 숨어서도
웃음 잃지 않는
누이처럼 부드러운 달빛이 된다

잎새 하나 남지 않은
나의 뜨락엔 바람이 차고
마음엔 불이 붙는 겨울날

빛이 있어
혼자서도
풍요로워라

맑고 높이 사는 법을
빛으로 출렁이는
겨울 반달이여

님의 반달은 겨울로 뜨건만, 왜 나의 반달은 가을도 가지 않았는데 내게로 왔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