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서점 인터파크도서

세상엔 두 가지 종류의 책이 있다. 손에 잡으면 다른 무슨일에도 마음을 줄수 없도록 만드는 몰입형 책, 또 하나는, 다른 일 다 해가면서 혹은 다른 책도 봐 가면서 슬렁슬렁 읽히는 책. 오쿠다 히데오의 책은 전자에 뿌리를 두고있다. 한번 손에 잡으면 가족들이 밥을 굶는지 죽을 먹는지 모를 정도로...

히로키,요헤이,유스케 삼총사는 어설픈 폭주족으로 겨우 퇴근길 아저씨들의 지갑을 노리는 청소년들이다. 그들이 형사 구노를 상대로 주먹을 쓰려다 오히려 영광의 상처를 입고 후퇴한다. 형사를 상대로 벌인 그들의 영웅담은 장안에 퍼지게 되고. 별 다른 사건이 없는 상황에서 구노형사는 같은 동료 하나무라의 비리나 캐는 일이 영 못마땅하지만 그 일을 맡게된다. 일찍 아내와 뱃속의 아기를 교통사고로 잃은 그는 불면증으로 시달리면서 아내 사나에를 대신해 장모에 대해 각별한 애정을 갖게된다. 그러던중 화재사건이 발생하고 화재가 발생한 회사의 경리담당 시게노리는 본사의 감찰과 형사의 수사대상으로 이목을 받는다. 그의 아내 교코는 평범하고 부자도 아닌 자신과 자신의 가정에 무슨 일이 일어날 리 없다며 두려움을 애써 감추려 하지만, 그녀의 심장은 이미 뛰고 있고 불안함이 엄습한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공통분모를 가지고 사위 구노와 장모의 아픔 달래기는 사건의 긴박함속에서 잠깐의 쉼을 준다. 떨쳐내지 못하는 아내에 대한 기억을 더욱 붙들고 가게 만드는 장모의 존재를 거추장스러워하지 않는 구노. 그는 아내 사나에의 기억을 장모를 통해 끊임없이 꺼내려한다. 빠른 전개감으로 몰아가면서도 이런 존재와 관계를 군더더기로 느끼지 못하도록 써내려가는 오쿠다 히데오는, 내 독서의 방해자에서 열외. 방화사건이 아니라면 아무런 관계도 아니었을 평범한 사람들의 만남, 구노형사와 불량학생들,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평범하다고 할 만한 교코가 어떻게 얽힌 관계를 풀어갈지 자못 궁금하다. 남편이 방화범인일지도 모른다는 교코의 불안이 고조되면서 1권은 끝이 난다.

연작으로 된 소설을 읽으면서 나는 각 권의 느낌을 그때그때 적어나간다. 대개의 경우 1권에서는 등장인물에 대한 소개나 사건의 발단을 전개하고 있다는 점에서 충분히 배경을 이해하면 뒷얘기에 좀더 집중할 수 있고, 흥미를 고조시킬수 있으며..무엇보다 2권을 기다리는 설렘을 간직하는 동안 딱히 할만한 일이 이것뿐이므로.. 첫 데이트를 마치고 다음 데이트를 기다리는 연인 중 하나처럼 설렘으로 2권을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