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서점 인터파크도서

요즘 들어 부쩍 사진이 함께 하는 이야기에 끌린다. 그 중에서도 이병률 작가의 사진과 그의 이야기에 눈이 맞았다.
세계300여 도시를 카메라와 타자기를 가지고 여행하며, ’길’ 위에서 쓰고 찍은 사람과 인연과 사랑, 그 추억의 수줍은 기록들이 더없이 예쁘다. 걸음을 떼어 문 밖으로 나갈 수 있으면 좋으련만 지극히 현대적인 삶의 잘 적응된 나는 그럴 기회를 자주 놓친다. 그래서 이런 책으로 대리만족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사진을 보며 이야기를 읽어 나가다 눈을 감고 사진만 떠올리는 것으로도 시공초월의 여행세상을 경험하게 된다. 짬짬이 얻어지는 일상에서의 안락한 휴식이다. 나른한 오후의 낮잠처럼 가뿐한 활력이 되는 사진, 이야기, 여행으로 떠나본다.

                  #011 라임 아저씨

때로는 한 장의 사진이 무수히 많은 말들을 대변할 때가 있다. 특히나 지나간 추억을 되새김하는 기분좋은 시간들을 사진들은 곧잘 더 즐겁게 만들어준다. 좋은 사진을 감상하는 일 또한 기꺼운 휴식이며 위로가 되기도 한다. 난 사진을 잘은 모른다. 그저 느낌으로 좋거나, 감동적이거나, 잘 빠졌다(?)라고 느끼는 정도이다. 그럼에도 이병률작가의 이 책을 접한 후 십년도 훨씬 더 된 캐* 수동카메라를 꺼내 렌즈를 후후거리며 싹싹 닦았다. 딱히 찍고자 하는것도 없고, 촛점만 겨우 맞추는 정도의 실력이지만, 필름도 없는 카메라를 여기저기 들이대며 찰칵거려 보았다. 아닌 밤중에 왠 홍두깨냐는 가족들의 핀잔도 귓등으로 흘리며...
그는 사진만 멋지게 찍는 사람은 아니다. 그의 글에는 사람사는 냄새가 있어, 정이 묻어 있어서 더 좋다.

좋은 풍경 앞에서 한참 동안 머물다 가는 새가 있어.
그 새는 좋은 풍경을 가슴에 넣어두고 살다가 살다가
짝을 만나면 그 좋은 풍경이 있는 곳으로 데리고 가서
일생을 살다 살다 죽어가지.
아름답지만 조금은 슬픈 얘기

페이지 : #35- 좋은 풍경

그의 책에는 페이지가 없다. 단지 사진의 번호와 그에 담긴 추억이 다이다. 참 좋다. 시계바늘을 의식하지 않고 사는 며칠동안의 달콤한 휴식같은 책이다. 너무나 사랑스럽고 때론 아픈 사진들이 가득한 이 책을 뒷정리하며 사진은 위의 한 장으로 만족하고 싶다. 그의 사진을 나의 카메라로 다시 옮기는 것은 그에게 너무 미안한 일이라서이다. 저작권문제..? 아니다. 그의 느낌이 나를 거쳐 바래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이다. 그의 책은 그렇게 그냥 그대로 보아야 제 맛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