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는, 공자와 맹자의 사상보다 어렵게 여겨졌으므로 당연히 내겐 멀리 있었다. 비교적 쉽게 풀이된<도덕경>이라해도, 그 난해함을 해소하지는 못했다.  '도'에 대한 기본적 이해가  바탕이 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언젠가 읽은, <무지한 스승>에서 강조하기를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이해와 터득을 위한 준비를 마쳤기에 스승의 임무는, 스스로의 터득을 독려하고 기다려주는 것이라고 했다. 책과 글에 이미 충분한 이해를 위한 기술이 있음에, 스승이 이를 다시 풀어 지식을 과장시키거나 학습시키는 것은 옳지 않다고도 했다. 그 저작물을 읽을 때, 나는 충분히 그럴 수 있으리란 것에 동조하며, 일방적으로 설명하는 무지한 스승의 지식전달이 무의미하다고 여겼다.  <도덕경>을 음미하면서, 나는 비록이라도 스승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걸 체감했다. 필요에 의한 <노자강의>는 실체적이며 소상하고, 쉽게 다가왔다.

 

 

이 저작물은 크게 1, 2부로 나눠지며 1부에서는 '인생'을, 2부에서는 '인간관계'에 대해 기술하고 있다.

1부 '인생'에서, 나는 느림, 비움, 만족에 대한 큰 단락과 표현에 집중하려한다. 그것은 내 인생에 있어 지향하는 바이면서도 쉽게 습관화되지 못하는 근거들을 찾기 위해서다. "현대인의 생활리듬이 너무 빠르다"는 사실엔 이견이 없다. 그로인한 많은 "심리적 문제"에 대해서도 공감한다. 노자의 시대와는 비교할 수도 없을만큼의 속도가 현대를 누빈다. 그래서 노자의 '푸른 소' 타고 '대나무 조각'에 글씨를 쓰는 동양화같은 우아한 '느림'을 표방한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그렇다면 현대는 '느림'의 도축장이란 사실을 인정해야만 하는걸까. <노자>의 '도'가 "우주의 본체"를 가르킨다면, '느림'을 단순 현상으로부터 격리시킬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물리적 시간들의 '느림'이 아닌 긴장의 이완을 비롯한 사고적 측면에서 바라보고 가늠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것은 곧바로 '비움과 고요를 즐기는 생존의 지혜'로 이어진다. 야오간밍의 결론이 도달하는 것이 내가 찾던 본질과 만난다. 그것은 "질서 있고 조화로운 자기 생명의 리듬과 박자를 찾으면 더 이상 망동하지도 피동적이지도 않게 되어, 주동적이고 능동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다" 는 것이다. 

 

이 시대가 왜 갑자기 공자와 맹자, 노자등의 춘추시대 백가들을 불러들이는가. 정체되고 있는 사상의 원론을 끄집어내려는 이유에서가 아닐까.  현대를 해석하는 사고적 바탕이 말라가고 있기에 바닥속, 샘의 근원을 찾으려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현상의 해결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는 원천적 해갈을, 선인들의 지혜에서 찾으려는 것이다.그래서일까 인간관계에 대한 <노자>의 해석은 전혀 새롭지 않으면서도 분명하고 간결한 해결을 제시한다. 타인을 아는 지혜, 즉 이해의 관점을 높여야한다는 것에 공감한다. 타인을 알려면 그 사람의 내면을 읽어야한다. 오랜 시간을 필요로한다. 진중함이 더해져야한다. 그리고 나아가 자신을 아는 것이 꼭 필요하다. 남의 눈에 티끌을 잘 보면서 내 눈의 서까래는 볼 수 없다면 이는 인관관계를 흡족한 방향으로 이끌 수 없다. 그렇다면 자신을 안다는 것은 무엇일까. 자신의 장점, 특기, 재주등을 드러내라는 것이기만 할까.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것은 철학적 심미안을 요구하는 것이리라. '나는 누구인가.' 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의미한다고 본다. 그래서 '나를 안다'는 것은 처세를 위한 수단이 아니라 자아 성찰이란 목적으로 이해되야 맞다고 여긴다.

 

 

<도덕경>의 이해를 돕는 데 어느 정도의 기여는 있었음에도, 부분부분의 <도덕경>인용들은, 원론적인 것에서 약간 빗나가 저자 야오간밍의 주관적 해석이 너무 많이 피력되어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나아가, 현대인과 현세대에 다소 억측스런 연결을 지음으로써 불편한 단계로까지 가게하는 과정도 있었다. 그러나 이런 과정에서, 되려 나 자신이 불필요한 해석을 제거하고 새로운 이해로 받아들이는 계기가 되었고 <도덕경>의 전문을 심사숙고하게 할 기회와 연결시켜주었음에 만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