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위로가 필요할 때가 있어요. 그때마다 누군가 어깨에 손을 얹어주면 더없이 좋겠지만 세상살이가 그렇게 내 맘대로 되던가요? 그래서 그냥 스스로의 위로에 만족하고 살아요. 그러다가 아주 뜻하지 않게 뜻하지 않은 사람으로부터 안부같은 관심을 받는 순간 저도 모르게 울컥할 때가 있답니다. 물론 상대방이 얼마나 당혹스러울지 알기에 가벼운 눈웃음으로 고마움을, 무심하게 툭! 던집니다. 명상에 관한 책들을 읽어도 좀처럼 마음이 편안해지지 못할 때는, 아마도 분해하거나 서러웠던 시간들이 너무 켜켜히 두터워져서 그런가봐요. <홀가분>을 읽으니 마음이 한결 홀가분해졌어요.
그야, 뜻하지 않은 누군가로부터 무심한듯한 다독임에 마음이 녹아내려서이겠지요. 살면서 받고싶었던 위로가 다 있던걸요. 
이심전심은 마음이 다인거죠. 긴 말이 필요하지 안잖아요. 
정혜신...긴 말은 아니지만 할 말을 곧잘 다 해요. 가볍게 건네는 손을 잡으면 손등을 톡톡 다독이는 것처럼.
딱, 세 장쯤 지나니까 목울대가 간질거리는 것이 이 양반, 참 마음으로 글을 쓰시는구나, 싶네요.
왜 그런거 있잖아요. 아이가 막 한글 깨치고 나서 종이에 알록달록한 색연필로 ’사랑해요.’ , 라고 쓴 글씨에서
콧등이 시큰해지는 것 같은.   


심리적인 측면에서 나에게 있어 나만큼 오래된 단골이 없지 않나요?
그러므로 가장 먼저 배려하고 환하게 웃어주고 안부를 물어주어야 할 내 최대의 단골은 나일 수밖에요.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가장 중요한 단골에게 주는 당신의 덤은 무엇인지요...
                                                                    <가장 먼저 배려할 사람> 의 일부



멍해졌어요.
다그치는 것도 모자라  단골이어서 너무 편하게 막 대했기 때문이죠.  나한테.
정작 남한테는 그렇게 마음을 쓰면서 자신에겐 홀대했는지, 서운해지네요.
그렇다고 이제 단골 그만하고 딴 데 가라고 할 수도 없잖아요. 덤을 잘 생각해보고 단골의 마음을 풀어야겠어요.
이 글투, 어투 참 맘에 들어요. 그래서 이렇게 따라해 보고 있는데 역시 좋군요.
이 책, 나도 모르던 나를 알게 해줘서 고맙고, 홀가분까지 덤으로 주니 더할 나위 없답니다. 
그녀의 그루, 이명수의 그림이 아니었다면 덜했을 거예요.  


마음주치의가 처방전을 아주 정성스럽게 써 주신 덕에,
마음이 아플 때마다 꺼내서 복용하면 즉시 약효가 나타날 듯하군요.  약이 독하다고 잘 낫는건 아니고...
감기는 특히 시간이 되야 떨어져 나간다고해요. 마음에 문득 찾아 온 그것도 시간과 함께 흘러가도록 두려고해요.
그러면 되는거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