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작품은 약간 독특하다. 살인 사건도 발생하지 않고, (물론 사람이 죽기는 하지만 다른 소설들처럼 누가 죽였는가?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지 않다. 이번 사건에서 사람이 죽는 이유는 서로 다른 당파간 싸움이기 때문이다.) 탐정도 등장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은 『N 또는 M』과 같이 첩보물이라고 할 수 있는데, 과연 스파이가 누구인가?를 밝혀내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여주인공 빅토리아는 우연히 공원에서 만난 한 남성 에드워드의 매력에 반해, 그를 따라 어떻게 해서든 바그다드로 가야겠다는 결심을 하지만, 그녀는 돈도 없고 바그다드에 가서도 마땅히 할 일도 없어서 고민이다. 하지만 너무나도 우연히, 그녀는 한 부부가 바그다드 여행 준비를 도와줄 사람을 구한다는 광고를 보게 되고, 그 부부를 도와주는 조건으로 바그다드 행 비행기에 오른다.

     애거서가 고고학에 관심이 많았던 만큼, 이번 소설 역시 동양에 대한 묘사가 주를 이루며, 고고학자들도 많이 등장한다. 후에 빅토리아도 고고학 발굴대에 참여하는 모습도 보여주어 재미있는 소설. 이 작품은 독자들마다 호불호가 갈리는 작품인데, 나의 경우에 있어서는 재미있는 작품이었다. 무엇보다도 빅토리아가 너무나도 매력있는 캐릭터였던 모양인지, 읽고 나서도 빅토리아만 기억날 정도다. 

     이번 사건도 해결의 중심은 바로 '말'에 있다. 누군가가 무심코 흘린 말로 인해서 사건의 전말이 밝혀지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시계들』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