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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작품은 애거서 크리스티 자신이 선정한 베스트10 안에 포함되는 작품으로, 애거서의 작품에 자주 이용되는 소재인 한 남자와 한 여자, 그리고 한 남자의 또다른 여자에 대한 이야기이다. 애거서의 추리소설의 강점이자 약점은 바로 그녀가 다작(多作)했다는 것인데, 그래서인지 그녀의 소설들은 몇몇가지 유사한 속성을 공유하고 있다.

     이 작품의 핵심은 작품의 제목을 이해하는 것. 작품 중간에 살인은 절대로 시작이 아니며, 오히려 살인으로 모든 것이 최후에 다다르는, 즉 하루로 따지자면 하루가 끝나는 0시와 비슷하여, 살인자와 피해자, 그리고 관계된 모든 사람들이 다 함께 0시를 향하여 나아간다는 뜻이다. 프롤로그에서 변호사는, 추리소설에서 대부분의 살인이 첫장에 묘사되고 그 사건의 해결을 위해 힘쓰며 결말엔 모든 것이 밝혀지는 구조를 취한다고 되어있는데, 살인은 첫장에 묘사되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그렇기에, 이 소설에서 진정한 살인은 사건의 맨 마지막에 나타난다. 그것이 애거서가 노린 0시의 진정한 의미이다. 이 작품의 마지막에 다다르는 그 순간, 모든 것이 0시가 된 그 순간에 진정한 살인의 동기가 밝혀진다.

     이 작품에서 애거서의 세계관이 넌지시 밝혀지는데, 그것은 바로 ’법’에 대한 것이다. 교묘한 수법으로 법에 위반되지는 않는 방법으로 살인을 저지른, 그래서 법으로는 심판할 수 없는 사람 X가 있다면 어떻게 하시겠냐는 질문이 변호사를 통해 제기되고, 한 등장인물은 자신이 그 사람을 심판할 것이라고 말하자, 변호사는 그에게 그렇다면 이제는 당신이 법에 의해 심판될 것이라는 이야기를 하는데, 이 소재는 애거서가 사랑했던 탐정 에르퀼 푸아로의 마지막 작품인 『커튼』의 플롯이 된다.

     애거서의 작품은 읽으면서 지루한 경우도 있고, 재미있는 경우도 있는데 이 책은 후자의 경우였다. 범인이 궁금하기도 하지만, 그와 동시에 사건이 너무 재미있어서 결말을 조금 더 아껴두고 싶었던 기분이랄까. 물론 결말도 뻔하지 않은, 좋은 소설임이 틀림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