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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서부터 과일향이 폴폴 날리는가 싶더니

표지에서도 알록달록한 스트라이프 스타킹에

나는 그만 마음을 빼앗겼다.

표지와 제목에서 달콤한 이야기를 하고 있을거라는 예감이 들었다.

그 이야기가 궁금해 참지 못하고 책장을 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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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결코 처음에 예상했던 그 달콤함만을 선물로 주지 않는다.

색색깔의 과일맛 사탕이 아닌, 조금은 씁쓸하고 싸한 계피맛 사탕을 입 안에 오돌오돌 돌려가며 먹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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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조안나'라는 지극히 평범한 인물을 주인공으로 삼고 있다.

허나 이 사회는 그녀를 평범한 인물로 보려들지 않는다.

(이 소설에 의하면)

지방 대학 캠퍼스라는 낮은 학벌,

유학도 다녀오지 않고 대학의 동아리 활동에서만 키워 온 경력,

빵빵하지 못한 집안 배경,

못생기고 통통한 외형.

이런 황당한 스팩을 가진 그녀가

광고계의 대기업 '자이언트기획'에 들어오게 된 것은

우연이 아닌 필연이다.

운이 아닌 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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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에 대한 오해는 여기서부터 비롯된다.

아무것도 내세울 것 없는 평범한 여자가

어떻게 이런 위대한 '자이언트기획'에 들어오게 되었는지 -

기죽지 않기 위해 구입한 짝퉁 명품을 온 몸에 둘둘 감고 나타난 조안나를 보며 사람들은 제 멋대로 생각한다.

단지 조 전무와 성이 같다는 이유로,

그녀를 '자이언트기획' 사장의 친 · 인척이라 단정지어 버린 것이다.

왜 우리 사회는 아직도 학연과 지연에 물들어 사는지 -

'실력'이라는 당당한 이름을 내걸고 들어온 조안나에게

왜 '빽'과 '줄'이라는 덤터기를 씌우는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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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아침에 신데렐라가 되어버린 조안나는

여기에 굴하지 않고 자신의 일을 척척 해낸다.

언제 잿빛 소녀로 되돌아갈지 모르는 상황에서도

그녀는 자신의 맡은 바 임무를 충실히 해낸다.

어쩌면 이러한 주변 상황 때문에 그녀가 더 악착같이 일을 처리했을지도 모른다.

악천후를 호기(好期)로 삼을 줄 아는 현명함을 지닌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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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만 켜면 쉴 새 없이 쏟아져 나오는 광고의 홍수에 빠져사는 우리들은 15초의 짧은 광고를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이 투자되는지에 대해서는 망각하고 살아간다.

 

책 속에서 광고 기획에 관한 일들을 세밀하게 묘사해 놓았기 때문에 나는 이 작가가 광고 회사에서 일한 경험이 있지 않을까 -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한 권의 책을 쓰기 위해 그녀는 또 광고 회사에 대해 얼마나 많이 조사했을까 -

그러고보면 이 세상에 쉬운 일이란 한 가지도 없다.

 

새로움과 신선함을 추구하는 광고 기획사의 카피라이터들이 갑자기 위대해 보였다. 무심코 지나쳐버리는 카피 한 구절 한 구절이 이 책 속에서는 하나같이 멋진 표현들이다.

물론 그녀는 PR팀으로 옮겨와 신문사를 전전하며 밤샘 작업을 하는 나날들이 더 많았겠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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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줄 아는 여자.

제 할 일을 묵묵히 해내면서도

사랑을 잡을 줄 아는 현명한 여자.

사랑과 일. 둘 중 어느 것 하나에 휘둘리지 않고

양 손에 각각 하나씩 - 공평하게 나누어 가질 줄 아는 여자.

이렇게 현명한 여자이기에

사랑과 일.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은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 아닐까 하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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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이제 더 이상 신데렐라가 아니다.

물론, 곁에 백마 탄 왕자님도 없다.

하지만 그녀는 제 실력을 인정받았고

자신의 참모습을 알아주는 사람을 만났다.

내가 그녀에 대해 이렇게 왈가왈부 하는 동안

그녀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 -

새로운 광고 카피를 생각하면서

입 속에 오독오독 후르츠 캔디를 깨물고 있지는 않을까 -

 

 

2008. 9. 6. (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