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 참 많다. 예전에 책에 관심이 적었을 때는 몰랐다. 세상에 이렇게나 많은 책이 있다는 걸. 평소 역사책에 관심이 많은 나는 일단 "사史"자 달린 책에 가장 관심이 간다. "사史"자 달린 책이라면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책이든 어른을 대상으로 한 책이든 펼쳐보게 된다. 궁금하기 때문이다. 이번에 펼쳐보게 된 책은 [재미있는 이야기 세계사]라는 제목의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책이다. 세용출판의 "세용 지식곡간"의 시리즈 3번째 책이다.

 

  특이한 책이다. "호안 데 데우 프랏 이 피호안"이라는 긴 이름을 가진 이 책의 글쓴이는 바르셀로나에 살고 있다는 걸로 보아 에스파냐인인 모양이다. "50권 이상의 아동도서와 소설, 여행서 등을 출판했다."(책앞날개)고 한다. 책을 펴들기 전에 책의 외양만으로도 많은 걸 짐작 혹은 추측해보게 된다. 책값이 만만찮다. 32000원. 책값으로 책의 질을 말하기는 성급한 감이 있지만, 만만찮게 책정된 책값을 보면서 이 한 권의 책을 만들기 위해 그만한 노력을 했겠구나, 많은 공부를 할 수 있는 책이겠구나, 많은 자료가 실려있겠구나 하는 짐작을 하게 된다. [재미있는 이야기 세계사]라.. 세계사 전반을 아우르는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겠구나, 그런데 생각보다 분량이 많지는 않은 것 같은데 이 넓은 세상의 그 많은 시간 속의 세계사를 어떻게 아우르고 있을까 궁금했었다.

 

  이 책은 내 예상과는 다소 다른 책이었다. 많은 사실을 알려주려고 하기보다는 많은 역사적 사건들을 통해서 역사"하는" 방법을 말하고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과거에 일어난 사실이 이러했고 그 중에서 중요한 역사적 사건으로 우리가 말할 수 있는 것은 이런 것들이 있다고 말해주는 책이 아니기 때문이다. 역사 이전 시기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의 긴 시간 동안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이 책은 텔레비전 같다. 당대로 돌아가 "속보"를 전해주고, 새로운 상품에 대한 광고를 하기도 하고, "사설"을 들려주고 있기도 하고 수많은 사진자료와 그림자료들을 싣고 있다. 설문자료로 있고, 당대의 인물과 인터뷰를 하기도 하고 퍼즐문제도 있고... 하여간 사용할 수 있는 거의 모든 방법을 사용해서 역사 속으로 접근하려는 시도를 보여주고 있는 책이다. 아이들한테 역사신문을 만들라고 하면 이런 식으로 만들 것 같다.(물론 아이들은 자료를 구하기 힘들어서 마음먹은대로 만들지는 못하겠지만 말이다.) 이 책을 통해 내가 기대했던 만큼의 많은 지식을 얻지는 못했다. 그러나 역사에 접근하고 역사를 이야기하는 다양한 방법을 알게 된 것이 이 책을 통해 얻은 가장 큰 수확인 것 같다.

 

  역사란 이런 것이다 하고 어설프게나마 결론을 내려버린, 이미 어느 정도 사고가 굳어버린 성인들에게보다는 스펀지처럼 모든 것들을 새롭게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는 아이들에게 훨씬 더 재미있을 역사책인 것 같다. 이 책은 제목 그대로 "재미있는 이야기"를 통해서 세계사에 접근하는 방법을 가르쳐주고 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