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가 더워졌어요.

지구가 더워졌다고 한다. 바다물의 온도도 올라가고 빙하도 녹고 그래서 해수면의 높이도 올라가고, 바다 생물종에도 변화가 있다고 한다. 사실 내게는 그닥 실감이 나지 않는 일이다. 때때로 뉴스에서나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서 그런 자료들을 보여주면 그런가 보다 싶다. 그러나 여전히 겨울은 춥다. 지난 겨울은 유난히 더 추웠던 것도 같다. 지구가 온난화되었다고 해서 겨울이 춥지 않다고 느껴진다면 그 때는 진짜 심각한 상태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지구의 평균 온도가 올라갔다는 사실을 절실히 공감할 때가 있다. 여름이다. 여름이 원래 이렇게 더웠나 싶을 정도로 최근 몇 해 동안의 여름은 참 더웠다. 시커먼 아스팔트 위에 피어오르는 아지랑이, 뜨거운 햇볕을 피하려 건물 처마쪽에 붙어서 걷다보면 난데없이 나타나 더운 바람을 내뿜어대는 에어컨 실외기는 더운 여름을 더욱 덥게 만드는 것도 같다.

 

  [지구가 더워졌어요]라는 제목이 붙은, 그림책 한 권을 읽었다. 지구 온난화라는 쉽지 않은 이야기를 조카에게 들려줄 수 있겠다 싶어서 기대가 됐다. 책 표지는 제목과 달리 시원하다. 여러 가지 동물들과 파란 바다가 그려져 있어서. 글쓴이 "상드린 뒤마 로이"는 이름으로 보아 프랑스인인가 짐작될 따름. "지금은 tv용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는 프리랜서 연출가로 여러 나라를 여행하면서 많은 사람과 동물과의 특별한 만남을 경험하고 있"(책앞표지안쪽)다는.. 이야기는 다른해보다 빙산의 얼음이 빨리 녹으면서, 동물들이 겪어야 하는 변화에 대한 것으로 시작된다. 햇볕은 너무 뜨겁고 비는 오지 않아 생활의 불편을 겪던 동물들이 모여서 회의를 하고, 회의 결과 지구의 환경이 나빠진 이유를 돌고래들을 보내서 정보를 모아오게 하는데.... 그런데 돌고래들이 모아온 지구 온난화의 원인이 다소 엉뚱하다. 지구 온난화에 대처하는 동물들의 문제 해결방식도 엉뚱하다. 그리고 그 대책을 세우느라 허비한 시간 때문에 그들이 세운 대책은 결국 쓸모가 없어져버린다는, 내가 보기엔 다소 황당한 이야기다. 사실 이 책을 읽는 어린이가 지구 온난화의 원인을 책에 씌여진 그대로 생각할까봐 걱정스럽기도 하다.

 

  글쓴이가 왜 지구온난화의 원인을 전적으로 암소에게 떠넘기고 있는지, 평소 암소를 무척이나 미워하는 사람인가 하는 엉뚱한 의문이 생기기도 했다. 이야기가 제대로 이해가 되지 않아서 몇번이나 다시 읽으면서, 글쓴이가 이야기한 "암소"는 사실 "사람"을 빗댄 말일까, 동물들이 내놓은 지구온난화에 대한 해결책이라는 것이 사실은 원인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사람들의 환경대책을 비꼬아서 표현한 것일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어린이 그림책에다 어려운 비유적인 장치를 쓸 필요가 있었을까 하는 의문이 들면 그것도 아닌 것도 같고..

 

   이 책을 통해 아이들과 지구온난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볼 수 있는 기회는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이야기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탓인지 내겐 다소 엉뚱하고 염려스러워 보이기도 하는 책. [지구가 더워졌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