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여류작가의 소설 내안의 특별한 악마를 읽으며 일본사회의 성풍속도와 개인화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보게 되었다.

책의 주인공은 프란체스카라는 34살의 미혼녀와 그의 몸에 기거하는 인면창(사람얼굴을 한 종기)고가씨이다. 처음에는 도대체 인면창이라니!! (그것도 인면창은 실존했던것도 아니고 신화에 나왔던 물건이란다.) 하여간 프란체스카와 고가씨의 대화로 엮어지는 이야기를 읽고있노라면 어느 만담못지않게 재미있고 흥미진진하다. 거기다 프란체스카와 고가씨의 대화는 서로에 대한 숨김이나 가식이 전혀없다. 그도 그럴것이 고가씨가 프란체스카의 무릎사이 아주 깊숙한 곳에 살고 있을뿐 아니라 그는 이미 여러나라의 처녀들의 몸에 붙어 기생해온 경력이 있는지라 여자에 관한한 모르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고가씨가 프란체스카의 몸에 와서 살게 된데에는 프란체스카가 아직 처녀이기 때문이다. 그것도 어떤 남자라도 그녀를 보는것 만으로도 마음속의 흑심이 순식간에 사라지고 경건하게 만드는 재주를 가진 처녀이기 때문이다. 프란체스카는 항상 갈망한다. 자신을 사랑해주고 또 자신의 처녀를 나눌수있는 남자를.... 그래서 프란체스카는 남자들에게 항상 정직하게 말한다. ‘나와 섹스하지 않겠어요?’ 라고. 프란체스카에 따르면 남자와 여자사이에 사귄다라든가 좋아한다라는 것은 상대방과 섹스를 하고싶다는 감각말초의 자극에 의한 것이란다. 결국 사귄다라든가 좋아한다는 감정은 상대방과 섹스를 하고 싶다는 것을 뜻하는 것이니, 솔직한 프란체스카는 호감이 가는 남자에게 모든 위선과 포장대신에 순수한 인간의 감정을 말한다. ‘나와 섹스하지 않겠어요?’ 이말을 프란체스카에게 들은 666명의 남자들은 하나같이 프란체스카를 멀리한다.

 또 프란체스카는 굉장히 자신에 대해서 철저하다. 조금이라도 다른사람에 대해 우월한 마음을 갖는다면 당장 고가씨에게 지적을 당하며 자신의 오만함을 뉘우친다. 또프란체스카는 꼭 필요한만큼만 쓰는 검소한 생활과 남을 돕는것을 생활화하는 사람이다.

 이렇듯 프란체스카만큼이나 솔직하고 겸손하며 청렴하게 사는 사람이 있을까?

하지만 세상사람들의 눈에는 그런 아름다운 프란체스카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솔직한 프란체스카를 이상하게 쳐다보고 멋부리지 않기에 섹시함이 없다고 생각하고 검소하게 사는것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래서 프란체스카에게는 친구가 없다. 진정한 마음을 나눌수 있는 소중한 친구.

그런 그녀에게 고가씨가 찾아온 것이다.

 나는 책을 읽으며 생각했다. 도대체 고가씨 같은것이(?)세상에 있을 수 있는가? 하고 말이다. 내 생각에 세상에 고가씨는 없다. 고가씨는 바로 프란체스카의 내면의 소리인 것이었다.

프란체스카는 그렇듯 아름다운사람인데도, 사람들은 아름다움을 볼수 있는 눈이 없다. 함께 그 아름다움을 나눌 수 있는 사람도 없다. 그래서 프란체스카는 스스가 스스로에게 고가씨를 만들고 이야기함으로써 인생의 낙을 찾고 살아가는 용기를 갖는 것이었다.

책의 대부분의 내용은 고가씨와 프란체스카의 시니컬한 대화의 연속이지만 그 이면에 서로에 대해 깊숙이 알지 못하고 아름다움을 발견하지 못하는 사람들과 사회에 대한 비판이 숨어있지는 않은지.

결국 프란체스카는 자기안에 있는 또다른 자아와 결혼하기에 이르른다. 황당하게도 고가씨가 행복한 왕자가 되었다가 다시사람이 된다는 설정이지만.... 아무튼 그렇게 하여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이야기이지만,, 새삼 현대를 살아가는 일본인, 그리고 우리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큰 재미있는 이야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