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는 저를 울게 합니다.
이 나라의 아름다움도 그렇지만 이 나라가 지닌 아픔과 가난도 그렇습니다.
놀라울 정도로 열정적인 이곳 사람들과의 따스한 우정도 저를 감동시키죠.
탱고를 배웠고, 축구를 보았고, 빈민촌 사람들과도 친구가 되었습니다.
아르헨티나 사람들이 영원한 노스텔지어를 안고 살아갈 수밖에 없는
이민자의 후손으로서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하는 것도 가슴으로 느끼고 있습니다.
숨막히게 아름다운 자연 앞에서도 감동의 눈물을 흘렸구요.

제가 글을 통해 한국의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세지가 거기에 있습니다.
책을 읽고, 여행을 하고, 세상을 품는 일은 분명 그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고
아무리 많은 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것들을 얻게 해주는 값진 일이라는 것,
그런 과정을 통해 성장해 가는 자신을 발견하는 일은 참으로 멋진 경험이라는 것을 말이죠.'




<라 크리티카>라는 아르헨티나 신문에 실렸다는 저자의 글이다.
'꿈은 무조건 이루어진다.'라고 믿기엔 세상살이에 익숙해져 버린 나이, 세월, 시간.
그 인생 길에서 흔들리던 저자가 '꿈은 분명 그냥 이루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진정으로 간절히 갈구하는 자에게 반드시 길은 열린다.'라고 마음 다짐을 하게끔 만들어준 인연.
그 인연은 아르헨티나에서 이루어졌고.
아르헨티나는 저자의 가슴을 다시 뜨겁게 만들어주었다고 한다.

철이 들려면 여행을 떠나야 한다고 말한다.
진짜 어른이 되려거든 집을 떠나 여행을 해보라고들 말한다.
여행을 다녀오지 않으면 그저 우물안 개구리처럼 인생을 살게 될 뿐이라고 다들 충고한다.

그래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장학금을 받고 기를 쓰고 돈을 모아
야행을 다녀와 봤다.
설레며 비행기에 올랐지만 설렜던 건 딱 그때까지뿐.
빽빽하게 짜여진 일정에 휘둘려 여기저기 명소를 보며 바쁘게 뛰어다니고 사진을 찍었고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어느새 사진이 가득 담긴 카메라를 들고 공항에 서 있었다.
사진 속의 나는 고단한 여행길에 찌들어 잔뜩 피곤한 얼굴로 웃고 있었고
눈 밑의 다크서클은 친구들이 팬더냐고 놀릴만큼 선명했다.
나는 세계적인 유적지를 보고도 그 속에서 아름다움을 느끼지 못했고
세계적인 자연경광을 보고도 자연의 위대함을 느끼지 못했다.

나의 첫 해외 여행은 그렇게도 끔찍했고
이후 나는 두번째 해외 여행을 계획해 보지도 못한 채 일상에 쫓겨 살았다.

나의 무참했던 여행은 저자의 아르헨티나 여행에 비교하기 죄송하리만치 별볼일 없고 촌스러웠다. 저자가 아르헨티나 여행에서 느꼈던 어떤 감정도 나의 해외 여행에서는 찾아낼 수 없었다.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조금도 발굴되질 않는다.

새삼 내 첫..그리고 아직까지는 마지막으로 기록되는 해외여행이 부끄럽고 부끄럽다.


다시 가슴이 뜨거워져라를 읽으면서
감히 내 두번째 해외 여행을 꿈꿔본다.
언제일지 모르지만 반드시 언젠가 이루어질 내 두 번째 여행은
저자처럼 다시 가슴이 뜨거워질 수 있는 여행이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