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접지몽(胡蝶之夢)’이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직역을 하자면 나비가 된 꿈을 뜻한다. 장자가 예전에 자신이 꿈 속에서 나비가 되어 즐기다가, 나중에 잠을 깨보니 자신이 나비인지 나비가 자신이었는지 분간이 어려웠다는 이야기이다. 깊게 풀이 하자면 인생무상을 그리는 말이지만, 내가 말하고자 하는 부분은 장자가 꿈 속에서 장자 자신으로서 활동한 것이 아니라 나비로서 날아다녔다는 것이다. 장자는 나비라는 아바타를 통해 꿈 속에서 접속하여 나비로서 그 꿈에서 영향을 미치며 활동하다가, 나중에 꿈에서 나와서는 자신과 나비를 분간조차 못해 혼란스러워 했다. 이것 또한 일종의 인터렉티비티(Interactivity), 상호작용 활동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장자라는 인물은 나비라는 아바타를 통해 꿈과 현실 간의 인터렉티비티를 한 것이다.

 이 책은 ‘디지털미디어 스토리텔링’이라는 제목 그대로 스토리텔링, ‘이야기하는 법’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하지만 평소 우리가 보는 드라마, 영화 등과 같은 선형적인 스토리텔링이 아닌, 청중과 스토리 간의 인터렉티비티를 중시하는 비선형적 스토리텔링에 대해 중점적으로 설명을 하고 있다. 이 책은 자신이 주장하고 중시하는 내용을 실천이라도 하듯이 책 중간중간에 질문을 하여 스스로 생각하는 시간을 갖게 해준다. 스토리텔링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진정한 인터렉티비티를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말이다. 하지만 난이 책을 다 읽은 이 시점에도, 그에 대한 답은 여전히 오리무중(五里霧中)이다. 전에는 정말 몰라서 혼란스러웠지만, 책을 읽고 난 뒤의 이 지식을 어떻게 이용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뒤따랐다. 그래서 나는 이 행복한 고민을 ‘디지털미디어 스토리텔링’을 읽고 난 다음의 나의 소감을 정리하면서 천천히 풀어 나갈 볼 셈이다.     

 인터랙티브 스토리텔링은 최근 디지털 기술이 발달하면서 활발해졌을지도 모르지만, 고대 선사시대부터 지속해왔다. 정확한 추측일지는 모르지만 책의 자료에 의하면 선사시대 횃불 앞에서부터 인터렉시비티 스토리텔링이 지금까지 이어져왔다는 것이다. 횃불 앞에서 이야기의 주체자가 듣는 사람들의 반응에 맞춰서 이야기를 진행한다는 점에서 인터렉시비티 스토리텔링과 상통하는 점이 있다. 또 신과의 영접하는 활동에서도 이러한 점을 발견할 수 있는데, 사제의 몸에 신이 접속을 하여 계시를 내린다는 것이다. 신이 사제의 몸에 접속한다는 것과 우리가 사이버 세계에서 새로운 자신인 아바타를 통해 활동한다는 점에서 유사하다. 그리고 그리스의 디오니소스 페스티벌에서 가면과 변장을 하며 연기를 하는 것도 아바타 활동의 일환일 수도 있겠다. 이 책에서는 서양을 기준으로 예시를 들었지만, 문득 우리나라에서도 과거부터 인터렉티비티 스토리텔링을 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의 저작거리에서 이루어졌던 이야기꾼들의 이야기, 고목 앞에서 귀신과 영접하려던 무당의 굿, 각 지역에서 행해 졌던 탈춤도 일종의 인터렉티비티 스토리텔링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예전에 천만 관객을 동원했던 이준익 감독의 ‘왕의 남자’에서 이준기, 감우성이 연기한 남사당패거리도 인터렉티비티 스토리텔링을 동반하고 있다. 남사당패거리는 전국 각지를 돌아다니며 전국의 서민들의 고달픈 이야기부터 흥겨운 이야기까지 탈춤과 같은 연극으로 풀어, 그 자리에 있는 청중들과 소통하면서 이야기를 진행시킨다. 이러한 부분에서도 보아 우리나라 또한 역사적으로 청중과 소통하는 인터렉티비티 스토리텔링이 지속되어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인터렉티비티 스토리텔링은 말 그대로 청중과 소통을 하면서 진행된 이야기나 직접 이야기에 관여하여 시기마다 변형을 준 이야기이다. 인터렉티비티 스토리텔링과 같은 활동은 절대 디지털 시대의 전유물이 아니었다. 과거부터 존재해왔고 그 원초적인 모습은 지금까지도 유사하다는 점에서 나는 크게 속으로 감명을 받았다. 이런 방식으로 생각한다면 우리가 지금 사용해온 최신의 기술들은 새로 ‘개발’되었다는 말보다는 지속적으로 ‘발전’되었다는 게 옳을 수도 있겠다. 고대 연극들도 현재의 일종의 ‘싸이월드’이고, 신과 영접하는 것은 컴퓨터게임에서 아바타를 조종하는 것과 유사하겠다. 어쩌면 우리의 발전은 창조의 역사가 아니라 기존 기술의 발전과 발달의 역사일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보았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인터렉티비티 스토리텔링에 대한 청중의 욕구는 고대 선사시대부터 최근 현대까지도 이어져오고 있다. 거기에다가 21세기 현대에 도입하여 디지털미디어가 발전하면서, 스토리텔링에 참여하여 인터렉티비티를 하는 청중들의 지역적 범위가 이제 횃불에서 벗어나 전세계까지 범위가 광활해졌다. 다양한 기업에서 스토리텔링에 참여하고자 하는 청중을 욕구를 이용하여 자신의 상품의 구매로까지 유도하려는 모습이 비일비재하다. 하지만 그 중에서 스토리텔링이 필요요소인 시장은 아마 게임 시장일 것이다. 우선 내가 즐겨하는 KOEI사에서 제작한 ‘삼국지11’에서만 봐도 인터렉티비티 스토리텔링은 필수불가결하다. ‘삼국지11’의 제목 그대로 유비, 조조, 손권 등의 군주가 존재했던 삼국지 시대를 배경으로 제작되었다. 이 게임은 한 나라의 군주가 되어 중국의 광활한 대륙을 통일하는 것을 최종 미션으로 두고 있다. 이러한 최종 미션을 해결하기 위해 단순히 전쟁을 하고 그러지만은 하지 않는다. ‘삼국지11’은 ‘삼국지1’이 나온 약 15년 전부터 계속해서 스토리텔링을 진화시켜왔다. 새로운 버전의 게임을 출시하면서, 그에 따른 스토리텔링 또한 진화해왔다. 조작하는 게이머에 선택에 반응하는 경우의 수가 ‘삼국지1’에서는 10가지였다면, 지금 ‘삼국지11’에 와서는 그의 제곱이 되었다. 중국의 나관중이 저술한 ‘삼국지’라는 소설은 분명 선형적이었지만, KOEI사에서 그 선형적인 소설을 청중들의 손에 맡겨 각자 자신만의 ‘삼국지’를 만들게 하였다. 그렇기 때문에 KOEI사는 게임을 제작할 때 ‘삼국지’라는 역사의 한 일부분의 배경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스토리텔링과 인터렉티비티에 대한 유도를 통해 ‘삼국지11’, ’진삼국무쌍’, ’삼국지-영웅전’ 등과 같은 수많은 히트작을 제작한 것이다. 지금까지도 KOEI사의 게임을 즐기는 게임 유저로서 KOEI사를 보며 드는 생각은 하나였다. 스토리텔링 안에서의 인터렉티비티 유도를 위해 스토리에서 수많은 스토리를 창조적으로 꾸준히 발견하고 노력하는 기업의 표본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우리나라 속담을 인용하자면, ‘하나를 알면 열을 안다’는 말이 꼭 KOEI사에게 가장 맞는 말이다. 이제 어느 분야에서든 스토리텔링을 내놓을 때, 제작한 스토리가 청중들의 인터텍티비티를 유도할 수 있는지에 집중해야 할 것이다.

고객의 참여와 반응을 유도할 수 있는 스토리텔링은 그 시작도, 그 과정도, 그 결과도, 물론 그 효과까지도 무궁무진하다. 그래서 호기심을 유발하기 충분하다. 거기에다가 사람은 자신이 관심이 가는 일에 참여하려는 욕구를 가진 동물이다. 최근에 와서는 이러한 점을 이용하여 기업들은 광고조차 인터렉티비티 스토리텔링을 적용시키고 있다. 예전에 ‘NII’라는 의류기업에서는 전속모델인 CNBLUE의 정용화를 찍은 영상을 담은 광고를 기업사이트에 업데이트했다. 우리가 평소 접한 광고는 영상을 고객에게 일방적, 하향적으로 시청하게 하는 식이었다. 하지만 ‘NII’에서 제작한 광고는 고객과 인터렉티브하기 위해 스토리텔링을 접목시켰다. 광고 속 모델 정용화는 고객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 따라 움직인다. 예를 들면 고객이 모델 정용화와 여행을 가고 싶다는 선택을 하면 ‘NII’에서 출시한 가방을 매고, 모델 정용화와 여행을 가는 영상이 나온다. 물론 여행뿐만이 아니라, 모델 정용화와 영화도 볼 수 있고 레스토랑에서 밥도 같이 먹을 수 있는 스토리텔링을 고객이 요구할 수 있다. 이제 광고도 자신이 보고 싶은 스토리텔링을 인터렉티비티를 통해 선택하는 시대가 왔다. 그리고 이러한 기법을 이용한 광고의 효과는 어느 여타의 광고보다 큰 집중력을 가져왔다. 이 광고는 어느 모델을 기용하는지, 어떤 스토리텔링까지 고객이 인터렉티비티할 수 있는지에 따라 그 효과의 여부가 결정될 것이다.

 인터렉티비티 스토리텔링이 접목시킬 수 없는 분야는 이 시대에 와서 없는 듯싶다. 횃불 앞에서 입에서 입으로 오고 갔던, 인터렉티비티 스토리텔링은 이제 이 글을 작성하는 이 순간에도 할 수 있다. 예전에는 드라마를 제작한대로만 보았지만, 지금은 드라마의 내용이 자신의 마음에 안 들면 자신의 마음에 들도록 제작사 방송국에 의견을 내놓을 수 있다. 실제로도 어느 드라마 시나리오 원본은 주인공이 살해되어 죽게 됨에도 불구하고, 시청자들의 성원에 힘입어 살아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일들이 드라마의 작품성을 떨어뜨리고 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이제는 시청자, 곧 청중들과의 인터렉티비티는 어느 분야든지 간에 존재한다는 것이다. 방금 언급한 내용은 이미 있던 스토리텔링을 인터렉티비티를 통해 변형시킨 정도지만, 처음부터 인터렉티비티를 통해 스토리텔링을 만들어 제작한 영화도 있다. ‘라이프 인 어 데이(Life in a day)’라는 영화는 케빈 맥도날드라는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만든 영화다. 사실은 메가폰이 아닌 전화기와 마우스를 붙잡았다는 말이 옳을지도 모르겠다. 이 영화의 연출자와 촬영감독은 전문가나 아마추어 측에도 포함되지 못하는 ‘우리’다. 영화는 세계 197개국 8만 명이 자기 인생의 한 순간을 ‘유튜브(YouTuBe)’라는 사이트에 올린 영상을 영화 제작진들이 편집하여 만들어졌다. ‘라이프 인 어 데이(Life in a day)’에서 나온 사람 중 한 명을 소개하자면, 우리나라 사람인 윤옥환 씨다. 윤옥환 씨는 세계를 자전거를 일주하는 사람이다. 우리나라를 알리기 위한 일환으로 자전거에는 항상 태극기를 매달고 다니며, 여행을 다니며 자신이 직접 본 장면들을 영상으로 담아두었다. 이 영상을 ‘라이프 인 어 데이(Life in a day)’ 제작진들이 세계 각지에서 보내온 다른 영상들과 같이 편집하여 영화로 제작한 것이다. 즉, 이 ‘라이프 인 어 데이(Life in a day)’라는 영화는 처음부터 청중과의 인터렉티비티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 감독과 연출자의 주관적인 의도 하에 제작하는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케빈 맥도날드가 제작한 이 영화는 그 자체가 인터렉티비티 스토리텔링을 이루고 있다. 이렇게 과거 선형적인 구조가 절대적이었던 분야에서도 이제는 청중과의 인터렉티비티를 인해 그 내용이 비선형적인 구조로 스토리텔링된다. 이제 인터렉티비티 스토리텔링이 존재하지 않는 분야는 이 시대에 와서 거의 없다고 생각해도 좋을 듯 싶다.

 사실 나는 이 책을 스토리텔링을 하는 방법에 입각하여 고민하며 정독하였다. 하지만 이 책은 나에게 얘기를 듣게만 하지 않고, 내가 책에게 질문을 할 수 있도록 한다. 이제 이 시대에 와서 스토리텔링은 제작자의 전유물이 아니라 청중과의 소통을 통해 만들어지는 창조물이다. 청중이 없는 스토리텔링은 나올 수 없으며, 진행할 수도 없고, 관심을 끌 수도 없다. 앞에서 언급한 ‘왕의 남자’, ‘삼국지11’, ‘라이프 인 어 데이(Life in a day)’는 내가 직접 경험해본 엔터테이먼트이다. 경험할 그 당시에는 유저로서의 감흥밖에 없었지만, 이 책을 읽고 나서는 제작자로서의 생각을 읽을 수 있게 되었다. 청중과 어떻게 소통할 것인지, 청중이 스토리텔링에 관심 갖게 하기 위해 내가 할 일은 무엇인지 말이다. 내 전공이 ‘광고’분야인 만큼 소비자와 인터렉티비티를 할 수 있는 광고인이 되기 위해 지금의 행복한 고민을 계속 지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