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자면 <논어>가 그렇다. 한문 공부를 위해서 읽을 때도 있었고, 다들 읽으니까 한 차례 더 읽는 경우도 있었고, 무심코 잡게된 경우도 그렇고, 그러나 읽을 때마다 간명한 이야기들이, 세상을 살아가는 지금의 나를 돌아보게 하는 느낌은 늘 새롭다. 그러므로, 일종의 주해서는 그렇지만, 논어를 읽으면서 쓰는 이야기는 모든 사람이 읽을 당시의 인생의 깊이랄까, 그것이 달라짐에 따라 논어 에세이가 새로 씌여질 수 있다고 나는 확신한다.

한문은 그래도, 친숙한 편이라 조금 인내심을 가지면, 원문을 파악하고, 그 의미를 생각해볼 수 있지만, 희랍어 원전으로 된 책들은 전혀 그러지 못한다. 본래 저작의 있는 그대로를 우리말로 만날 수 있는 기회가 거의 없거나 편집된 상태로 만날 수밖에 없었다는 얘기다. 그러니까, 그러한 문화적인 기반의 취약함과 출판환경의 열악함(이 부분은 전적으로 소비자인 독자의 선택과 교양의 정도, 그 필요와 비례한다.) 등이 그럴 밖에 없었음의 이유라고 말할 수 있으리라.

이솝우화를 읽고, 그동안 논어를 그때그때 만났듯, 읽고 또 읽을 수 있는, 독서에 부담을 그리 주지 않지만, 생각을 오래 하게 하는, 그런 책을 만났다는 기쁨을 맛보았다. 그리고, 랜덤 식으로 혹은 러시안룰렛 게임을 하듯, 아님 지도책에서 지명 찾기 놀이를 위해 아무 페이자나 펼치듯, 하루에 한 편 이상을  아무 페이지나 펼쳐 읽고 있다. 그렇게 숲에서 펴낸 <이솝우화>를 읽어나간 어느 하루의 기록을 남겨볼까 한다. 필사도 독서이므로, 수고스럽지만, 전편을 인용하는데, 이 책이 가지는 미덕이 각편이 결코 길지 않다는 것이다. 약간 정치적인 발언(?)도 할 것인데, 그것은 우화가 가진 잠재력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066. 개구리들이 왕을 요구하다

 

개구리들이 자신들의 무정부상태가 싫어지자 제우스에게 사절단을 보내 왕을 보내달라고 요구했다. 제우스는 개구리들이 순박하다는 것을 알고 그들이 사는 연못에 통나무 하나를 던져주었다. 개구리들은 처음에는 요란한 소리에 깜짝 놀라 연못의 바닥으로 내려갔지만 나중에는 통나무가 움직이지 않자 도로 올라왔다. 그리고 개구리들은 통나무를 얕잡아보고는 그 위에 올라가 앉기도 했다. 개구리들은 그러한 왕을 갖고 있는 것에 모욕감을 느끼고 다시 제우스에게 가서 통치자를 바꿔달라고 했다. 첫 번째 통치자는 너무 무기력하다는 것이었다. 제우스가 역정을 내며 개구리들에게 물뱀을 보내자 물뱀이 개구리들을 잡아 먹었다.(숲의 이솝우화, 87면 66화 전문 인용)

 

연못에는 연(蓮)자라고 있어서 연못인데, 연꽃 한 송이도 피어나지 않는 웅덩이를 연못이라고 한다. 이처럼, 못(池)에는 으레 통나무 한두 개가 박혀 있거나 방치되어 있기 마련이다. 거기 통나무 위에 개구리들이 옹기종기 앉아 일광욕을 하는 상황을 낯설게 생각하는 순간, 위 우화는 이야기로의 생명력을 부여받았다고 할 수 있다.

스파르테에 지도자를 요청하는 펠로폰네소스동맹에 속한 나라들(혹은 폴리스)에 비유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워낙 엘리트 교육이 철저하게 이뤄진(스파르테 교육) 스파르테는 한 나라의 지도자를 수출(일종의 인력수출이다)하는 상종가를 올리던 때가 있었다. 존경할만한 우러볼만한 자부심을 느끼게 해줄, 겉모습부터 호감을 주는 그런 왕을 개구리들은(주변국 혹은 동맹국 혹은 식민시의 인민들) 기대했을 것이다. 그런데, 통나무 하나만 덜렁 던져주는 제우스가 얼마나 야속했을까? 그런데, 개구리들은 그 지도자에게 기대로(올라) 쉬는(여가) 용도로 사용하면서도, 위에 올라타서 일광욕을 해도 아무런 반응이 없는 통나무가 쉽게(시피) 보였을 것이다. 왕은 이래야 한다는 기준, 그들이 생각하는 왕의 기준에는 없는 덕목을 왕은 이미 갖고 있음에도. 좋은 지도자는 백성들을 편안하게 해주는 사람이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역대 대통령들을 생각해보자, 아니 지난 정권을 생각해보라. 안전한 먹을거리에 대한 관심과 필요가 극점에 이르렀음에도 미국산(수입산) 쇠고기의 문제점을 지적했다고 손을 보더니, 촛불시위가 들불처럼 번지자 꼬리를 내리지만, 뒤끝이 대단했다. 같은 정당이 재집권에 성공했고, 새로 집권한 대통령은 지난 MB정권의 최대치적인 4대강 사업이 '대운하'에 가깝다는 진실에 가까운 감사원 평가를 오롯이 받아들임으로써, 당과 다른 견해를 가지는 어려움에도 지난 정권과 선긋기에 나서고 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하드웨어가 아니라 소프트웨어의 변화이고 발전이라고 역설하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뒷등으로 흘릴 뿐만 아니라, 안보기관까지 동원해서, 호도하고 겁박하면서까지 자기들만의 리그를 평친 4대강 사업, 흐르는 물을 거대한 연못으로 만들어버린 프로젝트를 보면서, 간절하게 그리웠던 것은 그리고 바라는 것은 대통령이 월급은 기부하지 않아도 좋으니까(이 약속도 안 지킨 것 같다), 일을 너무 크게 벌리지 말라는 거였다. 그리고 그의 다음 대통령에게 국민들이 바란 것은 대선캠프들이 선보인 슬로건에 대한 선호도 조사결과가 말해주듯이, 최종주자가 누가 되었던 간에, "저녁이 있는 삶"이었다.

제우스가 개구리 시민들에게 보내준 '통나무'와 같은 편안하게 휴식할 수 있는, 그저 그 시간(여가)만이 아니라 먹고사는 문제(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취업란, 대학등록금 절반 등)가 당장 해결될 수는 없지만, 이렇게 가면 나아지겠구나 하는 마음의 위로를 주는 그러한 정책들을 펼쳐지기를 바라는 것, 그것은 평화로운 휴식이 가능한 최소한 그리고 기본 전제에 속하는 것이다. 선거는 일정간격으로 치러지고 국민이 원하건 원하지 않건, 5년마다 새로운 대통령이 나서게 되어 있는 구조다. 정권 획득에 실패한 정당과 후보들은 생각해보아야 한다. 말로만 이미지로만 슬로건으로만 국민들을 편안하게 해줄 수 있는 대통령이 아니라 실제 그러한 편안함, 안정감을 줄 수 있는 후보를 내세웠는지, 그리고 정권교체가 될 것 같다는 낙관에도 불구하고, 왜 생각지도 못한 결과를 받아들여야 했는지, 낙관론의 근거는 무엇이었는지, '박근혜=대통령(후보)'라는 등식이 여권 지지층은 물론이고, 국민들의 노리에 박혀 있는 상태를 밀어내지 못한 차선의 해(로서의) 대선 후보로는 힘들었다는 말이다. 근소한 차이는 그것을 실감하게 해준다. 

하지 않아도 될 일을 해야 하므로(자신을 지지해준 이들에게 선물을 줘야 했다거나) 어떤 어려움과 반대에도 불구하고 천문학적인 액수가 들어가는 국책사업을 밀어부치는 대통령, 하지 않음보다 못한 결과를 내는 이 '부지런함'이 가져온 '계산된' 비극~ 우화  <개구리들이 왕을 요구하다>를 읽으면서 떠올린 생각들이다. '힐링이 필요하다'는 것은 시대의 흐름을 잘 읽은 것이었다. 그러나 치유가 필요한데, 치유의 필요성만을 역설하는 것이 곧 치유의 단계인 양 호도하는 가운데에서는 더욱 불행한 결과, 정작 치유해야 할 것을 제때에 치유하지 못함으로써, 또는 문제해결을 위한 근본적인 시술(수술)을 지연시김으로써, 치유가 필요한 국민들을 더욱 힘들게 할 뿐이다. 지난 정부(대통령)는 지금 텍스트로 잡은 우화의 반면교사 역할은 잘한 셈이다. '통나무'와 같은 안정감을 주는 대통령이 필요하다는 당연하고 기본적이면서 소박한 국민들의 소망을 결집시킨 정권이 지난 정권이니까, 이솝의 논평이 아니고, 헬레니즘 시대에 이솝우회가 읽히면서 편집자가 간명하게 밝혀 놓았다는 이야기(위에 전문 인용)의 교훈은 다음과 같다. 

 

"이 이야기가 말해주는 것은, 활동적인 악랄한 통치자보다는 무기력하지만 악의 없는 통치자가 더 낫다는 것이다."

 

지금 우리는 어떤 왕이 지배하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어쩌면 다른 이솝의 다른 우화들에, 차기 대통령은 어떤 사람이라야 하는가까지 시사점이 있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