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스토파네스의 희극 <새 Ornithes>(BC 414)는 천병희 선생이 옮긴 국내판 희극 전집 1권 맨 마지막에 수록된 작품이다. (1)정치적인 경향을 나타낸 작품군(), (2)당시의 신경향에 대한 비판, (3)반전 경향을 나타낸 작품 군으로 11편의 수록작들을 구분할 때에 <기사 Hippeis>(BC 424), <여인들의 민회 Ekklesiazousai>(BC 392)와 더불에 (1)항의 작품군에 해당한다. 이를 왜 당시의 정치적인 비판을 담은 희극으로 분류했느냐는, 투귀디데스의 <역사>(곧 펠로폰네소스전쟁사)를 이미 읽은 독자들이라면 아테네인들이 제국주의에 눈을 뜬 이후 자꾸만 자라난 욕망을 제어하지 못해 BC 415년에 시칠리아 항구도시 쉬라쿠사이를 함락하고자 불운한 원정에 나선 것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이 함대는 BC 413년 괴멸하여 아테네에 치명타를 안겨주지만 아직 승패는 가려지지 않은 상태. <새>는 BC 414년에 상연되므로, 당시의 아테네의 기대와 걱정이 교차하는 정치풍자극이라는 해석이 와 닿는 이유이다.

아테네의 현실도피자 페이세타이로스와 에우엘피데스는 아테네인들의 생활방식과 광적인 재판 열기(1권에 수록된 <벌> 참조)에 환멸을 느낀 나머지 신천지를 찾아갈 결심을 한다. 그들이 신화 속의 새(흐투티)로 변신한 바 있는 테레우스를 찾아가 혹시 살 만한 곳을 있나 알려달라고 한다. [오비디우스의 <변신 이야기> 중 '프로크네와 필로멜레의 복수'(293~305면, 천병희 옮김, 숲에서 펴낸 원전으로 읽는 변신 이야기) 편을 이 작품을 읽기에 앞서 예습 차원에서 읽는다면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펠레우스가 추천하는 곳이 마음에 들지 않자. 페이세타이로스는 기발한 제안을 한다. 새들, 곧 지상의 모든 날개 달린 짐승들이 협동하여 공중에 성곽도시를 세우자는 것, 그리고 인간세계와 신들의 세계 사이에서 인간들이 신들에게 제물의 연기를 바치는 것을 가로채고, 그 보답으로 신들이 인간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통제하자는 계략이다. 한마디로 시장의 틈새, 블루오션을 발견한 것이다. 우리의 기억으로 치면, 대동강변을 논으로 위장해서 팔아먹은 봉이 김선달의 발견쯤을 예로 들 수 있으리라.

어찌 그 뿐이겠는가, 신들과 인간들의 직거래를 통제하자는 발상은 '중상주의'적인 발상이라고나 할까, 상업의 발견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렇게 그들은 '구름뻐국나라'를 세운다. [1]신들은 더 이상은 헤카톰바온은 말할 것도 없고, 어떠한 인간들의 제물을 받을 수 없다. 그리고 그 진상을 조사하던 중 마침내 인간들과 신들 사이에  '구름뻐국나라'라는 듣보잡 다국적기업을 기반으로 하는 거대국가가 있음을 알게 되고, 그들의 중계를 수용하기에 이른다. 신천지를 개척한 이들이 처음에 페레우스를 찾았듯이 그들의 고향(조국)에서는 그들처럼 신천지를 찾아오는 유민들이 발생하고, 아르콘으로 즉위한 페이세타이로스를 찾아온 시인, 예언자, 측량기사, 감찰관, 법령장수 등이 '한몫 잡으려던' 뜻을 이루지 못하고 쫓겨난다. 프로메테우스의 도움으로 궁색해진 신들의 사정을 알게 된 페이세타이로스는 신들과의 협상에서도 성공을 거두어 명실공히 탄탄한 대기중의 새들의 나라를 튼튼하게 유지한다는 얘기이다.

사실은 꼭 그렇지 않으나 모방자에 불과하며 한없이 사물의 실재에서 멀리 있는 군상들에 불과한 시인들을 이상적인 국가에서 추방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플라톤, 그가 이처럼 신을 멸시하는 아리스토파네스의 희극 <새>를 읽었다면, <국가>에서 비극 시인이나 서사시인 호메로스를 시인의 대표값으로 운운하기보다는 아리스토파네스를 공격했어야 할 것이다. 그만큼 <새>는 뜨거운 작품이다. 그러나, 아리스토파네스가 소크라테스의 제자군에 속한다는 점(<소크라테스의 변명>에서의 언급, <향연>에서 아리스토파네스 발언자로 등장)에서 플라톤은 아리스토파네스를 언급하기보다는 어쩌면 다른 장르로 나름대로의 주장을 펼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아리스토파네스의 작품군을 세 가지로 나누었던 위 (2)당시의 신경향에 대한 비판에 속하는 <구름 Nephelai>(BC 422), <개구리 Batrachoi>(BC 405), <테스모포리아 축제의 여인들>(BC 425), 이 가운데 <개구리>와 <테스모포리아 축제의 여인들>는 문학비평을 담은 희극이라고 할 수 있는데, 플라톤의 <국가>에서도 전반부와 후반부 두 권에 걸쳐 일종의 문학비평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새>는 아리스토파네스의 희극 가운데 한 편에 불과하지만, 고대 그리스의 문학과 역사와 철학, 이른바 '문사철'로 불리는 교양을 쌓는 독서에 얼마나 충실했느냐에 따라 무궁무진한 재해석과 새로운 발견을 기쁨을 누릴 수 있게 해주는 시험지와도 같은 작품이라고 하겠다.

홍길동전에서 허균이 꿈꾸는 <율도국>, 허생이 섬을 기반으로 건설하는 나라(연암의 소설), 산길 요소요소에 진을 치고 속칭 '삥'을 뜯는 산적들의 생계 유지 방식은 또 어떠한가, 처음부터 산적으로 태어난 사람은 없다. 한적한 포구를 찾는 여행객들이 여느 대보다 늘어난 때이다. 그저 1박2일과 같은 리얼(아 아닌 듯하다)버라이어티에서 혹은 6시 내고향과 같은 프로그램에서 개펄바다를 만나는데, 사실은 그곳에도 논과 밭처럼 주인들이 다 있다는 사실을 알면 그저 바다가 평화롭게만 보이지는 않을 것이다. 콜럼부스는 인도를 찾는다는 것이 잘못하여 신대륙 아메리카를 발견했다. 이른바 '아메리탄 드림'을 실현하기 위해 미국을 찾아간 숱한 사람들의 삶에서의 지향을 발견하게 하는 희극이 <새>다. 그대 왜 울아버지는 압구정동 그러니까 당시 말죽거리에 땅을 좀 사놓으시지, 뭘 하셨을까, 그렇게 아버지 할아버지 탓을 할 때, 그 자식이 일산이나 분당이나 용인 수지 쯤에서 땅을 샀어도 늦지 않았을 것이다.

이처럼 <새>에서는 새로운 발견을 따른다. 인터넷에서 각종 배너들이 원하지 않는 창을 열게 만들어, 홍보 효과를 노리는데, 이건 한마디로 산적들 못지 않다. 대표적으로 경향신문이나 프레시안의 기사읽기를 하는 동안, 주요 단어에 링크된 것들을 피해서 기사를 읽노라면 짜증이 난다. 아예 포털사이트에 올라온 제목만 보고도 구역질이 나는 몇몇 주요일간지의 사이트는 멀쩡하지만 가고 싶지 않으니 논외다. 옛날 원도우가 막 출현했을 당시 즐기던 게임 '지뢰찾기'를 이제는 기사를 읽으면서 숱하게 병행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는 결코 블루오션이 아닌 듯하다. 짜증을 그토록 양산해내는데, 그 기사가 대단히 신선하고 정확하며, 소신 있는 것들이 아니고서는 참아내기 힘들 것이다. 희극 <새>에서처럼, 좀더 광활한 블루오션을 찾아내시길..

그런데 정작 필자가 이 작품을 대표작으로 가장 먼저 다룬 데에는 다른 이유가 있다. 다른 할말이 있다는 얘기이다. '솟대'라는 새 모양을 간단하게 조각한 것을 나무 끝에 매달아 세워놓는 장치를 솟대라고 한다. 한마디로 하늘을 나는 새를 메신저로 삼고 있음에 대한 증거품 1호다. 알타미라동굴벽화에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하늘을 나는 새는, 지상과 천상 사이에 있어 인간들이 소망을 하늘에 전해주는 '메신저'였음이 문자 이전의 회화 작품, 조각작품에서 입증되고 있다. 아리스토파네스의 희극 <새>는 바로 메신저로서의 새의 역할에 대한 발견을 빼도박도 못하게 문자언어로 확정해놓은 인류문명사에 기념비라고 할 작품인 것이다. 요즘은 SKT니 KT, LG 등등의 대기업들이, 그리고 각종 모바일을 생산하는 업체들이 '구름뻐국나라'의 기간산업을 대체하고 있다. 이들 업체들이 구름뻐꾸나라에 제대로 수익금의 상당부분을 '진상'하는지, 아리스토파네스에게는 저작권을 지불하는지 대대적인 '감사'를 해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