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이 좋아. 어른의 시간이 흐르고 있으니까. 정성 들여 만든 과자 향기가 나니까.

따뜻한 색상의 스톨을 두르고, 마음에 드는 책을  읽으면서 말없이 의자에 걸터앉아 있는 듯한 안도감이 느껴지니까.

목요일이 좋아. 주말에 대한 기대에 찬 예감을 마음 깊이 숨겨두고 있으니까. 그때까지 일어났던 일도, 앞으로 일어날 일도, 죄다 알고 있는 것만 같으니까 좋아 . . .[p.143]

목요조곡에 부제는 '시게마츠 도키코의 살인 사건' 이다. 누가 시게마츠 도키코를 죽였는가 정도랄까 ?

책을 좋아하는 여자들의 모임. 1년에 한번 갖는 이 모임은 도키코가 죽은 2월의 둘째 주 목요일 이유에서, 매년 그날을 끼고 전후 합쳐서 3일간을 도키코를 기리는 날로 정해져있다.

기일을 낀 3일간으로 하지 않았던 것은 도키코가 목요일을 좋아했기 때문.

에리코는 이 날을 '또다시 이 계절이 찾아왔다. 조금은 유쾌하고 조금은 씁쓰레한, 시간이 유유하게 흐르는 3일간이' 라고 표현했는데 이것이 이 책의 전체적인 분위기라 말할수 있을것 같다.

2월 둘째 주 목요일을 전후하여 매년, 다섯 명의 여자(시즈코, 에리코, 나오미, 에이코, 츠카사)들이 천재 소설가 '시게마츠 도키코'를 추모하기 위해 우구이스 저택에 모인다.

시즈코는 도키코의 이복자매, 시즈코의 어머니의 여동생의 딸이 에리코, 도키코의 남동생의 딸이 나오미이고 나오미와의 이복자매가 츠카사다. 고로 시즈코와 나오미와 츠카사는 도키오와 혈연관계에 있고, 시즈코는 아버지의 일을 도우면서 작은 출판프로덕션을 직접 경영하고 있고, 츠카사는 치과기공사 일을 하면서 순수문학을 집필하고 있고, 나오미는 주부이면서 서스펜스 색이 강한 소설을 쓰는 잘나가는 작가. 요컨대 여기 있는 사람들은 편집자인 에리코를 비롯해 모두 장르는 다르지만 '글쓰기'를 생업으로 삼고 있는 여자들이다. 이 다섯 명이 도키코라는 달 주위를 빙글빙글 맴돌고 있다. 원래 이 모임은 그런 관게로 이루어진 것이었다.

오래된 주택가에 녹아들 듯하면서도 색다른 색채를 띠고 있는 아담한 양옥집. 4년 전 겨울, 이 집의 주인이자 소설가였던 도키코가 자신의 집 침실에서 독이 든 물을 먹고 자살을 했다. 당시 저택에 함께 있던 다섯 명의 여자들은 모두 도키코의 죽음에 의문을 품지만 도키코의 유서가 발견되면서 그런 의문은 흐지부지되어버린다. 도키코의 5주기가 되는 날, 우구이스 저택에 모인 그녀들 앞으로 '후지시로 치히로' 라는 의문의 인물에게서 꽃다발이 도착한다. 꽃 안의 카드엔 '여러분의 죄를 잊지 않기 위해, 오늘 이 장소에 죽은 이를 위한 꽃을 바칩니다' 라는 도키코의 죽음이 자살이 아닌 살인이었음을 암시하는 글이 적혀 있고, 도키코의 죽음에 의문을 품은 다섯 명은 4년 전 그날의 기억을 되살리며 사건의 퍼즐을 맞추어가기 시작한다.

온다리쿠의 목요조곡은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햇살 속을 헤엄치는 물고기' 와 비슷한 점이 많다.

등장인물의 수와 나뭇잎이 . .하룻밤의 이야기라면 목요조곡은 3일밤의 이야기지만 의문의 죽음에 대한 비밀을 풀기 위해 서로의 기억을 더듬으며 과거속으로의 여행을 떠나는 형식 말이다.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죽음의 비밀이 밝혀지고, 반전을 거듭하면서 사람들 사이의 묘한 관계도 제자리를 찾아가니 비슷하다 말하지 않을수가 없다.

이 책 뭐야 ~ 할 수 있을법도 한데 그럼에도 책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재밌게 읽어내려간건 순전히 온다리쿠의 힘!!

"망상, 좋지! 우린 그것으로 벌어먹고 사니까. 누구나 자기의 망상 속에서 살고 있고, 우리는 어떻게 생판 모르는 남을 자기의 망상 속으로 끌어들일까에 목숨을 거는 사람들이잖아.

자의식 과잉이네, 남의 흠을 들춰내는 나쁜 놈이네, 욕을 먹어도 어쩔수없어."[p.120]

소설이란 밀실에서의 개인 작업으로 태어나고, 완성품만이 사람들 눈앞에 드러나는 상품이다. 누구나 소설가의 내막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틀림없이 뒤에는 은밀한 뭔가가 숨겨져 있는 게 분명하다고 독자는 믿고 있다. 그런 억측을 만족시키면서 결국은 허를 찌른다. 독자의 훔쳐보기 취미를 역으로 이용해서 다른곳으로 유인한다. [p.263]

등등 온다리쿠의 눈으로 보고 손으로 쓴 그녀가 말하는 작가들은 이런 모습인걸까~

픽션이든 논픽션이든 글을 써서 의식주를 해결하는 사람들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해보는 시간이 됐다. 한때 작가를 꿈꿨던 사람이었기에 더더욱 재밌게 읽을 수 있었던 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