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담을 구합니다! 직접 겪은 신기한 이야기를 들려주시는 분에게 상당액의 보수를 드립니다.

다만 심사를 통과할 경우에 해당합니다

기담 수집가 에비스 하지메. 적힌대로 기담을 모으는 사람이다. 기묘하고 신기한 이야기. 도무지 이 세상 일이 아닌 것 같은, 피까지 얼어붙을 듯한 무서운 이야기.

상식을 완전히 뒤엎어버리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우스꽝스러운 이야기. 한 번 들으면 절대 잊어버리지 않을 만큼 엉뚱한 이야기. 그런 이야기들을 수집하는 사람.

그 신문광고를 보고서 하나 둘 사람들이 찾아온다. 그들은 하나같이 스트로베리 힐이라는 작은 가게에서 시가릴로를 물고 술을 좋아하는, 뚱뚱한 몸매에 머리는 파마를 한건지 뽀글거리는 머리에 둥근테 안경을 걸치고 코밑 히틀러 수염을 기르고 있는 기담 수집가 에비스 하지메 앞에서 자신들이 경험한 오싹하고 신비로워 누구도 믿어주지 않는 이야기를 털어놓으러 온다. 기담 심사에 통과해 그에 상응하는 보수를 받는다면 더 좋겠지만 그를 찾아온 사람들은 일단 자신이 들려주는 이상한 이야기를 믿고 들어주는 사람이 필요했던 것.

첫번째 의로인은 어릴적부터 다른 사람보다 몇배는 소심하고 겁이 많았던 니토 하루키라는 남자는 자기 그림자를 무서워하고 그림자에 찔린 사연을 들고 찾아오고, 두번째 의뢰인 야라이 가즈오는 대학 다닐때 헌책방 골목을 배회하다 한 골동품 가게에서 거울 속에 사는 소녀를 만나면서 자연주의문학에 심취해 환상문학을 거의 경멸하는 쪽에서 180도 바꿔 대학원에서 국문학을 가르치는 교수, 특히 환상문학을 전공으로 가르치게 된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세번째 의뢰인은 샹송가수로 일본인이면서 프랑스인 이상으로 샹송을 잘 부르는 가수 시지마 미치의 이야기로 파리에서 만난 마술사의 슬픈 예언을 들려준다. 네번째 의뢰인 구사마 쓰토무는 초등학교 6학년 됐을 무렵 동네에서 벌어진 초등학생 실종 사건과 더불어 물빛 망토에 관한 이야기를 털어놓고 다섯번째 의뢰인 스즈키 도모코는 고등학교 2학년 겨울에 평소처럼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다가 도중에 내려 길을 걷다 깔끔하게 잘 정돈된 서양식 집을 발견하고 그곳에서 호리호리 서양인처럼 생긴 남자를 만나, 뒤뜰가득 핀 겨울장미와 관련된 이야기를 들려준다. 여섯번째 의뢰인은 다사카 다이키라는 초등학생 아이인데 공원에서 만난 요미와 요미의 주인 나이코를 만나 하룻동안 밤의 아이가 되어 거리를 활보하게 된 이야기를 들려준다. 마지막 의뢰인은 야마자키 데루오. 자유 기고가로 편집자로부터 도시전선을 이야기를 모아 책으로 내고 싶다는 얘길 듣고 여기저기 수소문하다 기담 수집가 에비스를 만났다는 사람들의 흔적을 뒤쫓다 결국 에비스를 만나 그 앞에서 얘기를 들려주게 되는 독특하면서도 이 책의 중심이 되는 이야기가 담겨있다.

7명의 의뢰인이 들려주는 기묘한 이야기들은 너무 재밌었는데 이야기마다 기담 모집 광고를 보고 스트로베리 힐을 찾아온 사람들이 기담 수집가인 에비스 하지메 앞에서 이야기를 털어놓지만 조수인 하사카로부터 이런저런 얘기를 듣다 사건의 현실을 꼬집는 얘기들을 듣게 되고 괴담인줄 알고 믿고, 무서워하고 두려워했던 일들이 결국 아무것도 아니었다는 이야기들이 반복되다보니 마지막으로 갈수록 긴장의 끈이 헐거워지는 단점이 있어 아쉬웠다.

의뢰인마다 자기만의 스타일로 표현하는 에비스 하지메의 모습, 의뢰인이 찾아올때마다 술의 종류는 달라지는 ~ 그런 소소한 것들이 주는 재미가 있는 책.

기대않고 가볍게 읽고 넘기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