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상처를 정면으로 마주하기 위해 써내려간, 어른인 내가 그 시절의 나에게 보내는 가장 고통스러운 편지. 하지만 지금도 나의 배는 흔들리고 있다."

음악가의 집안에 태어난 쓰시마 사토루, 그는 부유한 집안과 다른 아이들보다 똑똑하다는 우월감에 도취된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할아버지의 권유로 첼로를 배우게 되었지만 그 유명한 예고에 떨어지면서 가족의 실망을 안겨주게 된다. 과연 자신에게 음악적 재능이 있는 것일까?

결국 신세이 고교의 학장으로 있는 할아버지 영향권에 있다는 이유로 음악학교에 입학하게 된 쓰시마는 학교에서 첼로리스트로 인정받으며 친구들을 하나 둘 사귀게 되는 평온한 삶을 살아가는데 어느 날 찾아온 따뜻한 햇살처럼 눈길을 뗄 수 없게 하는 아이가 있었으니 그 아이는 미나미 에리코였다. 순백색과 같은 청순함이 묻어나는 그녀는 평범한 집안에 태어났지만 유망한 바이올린리스트로 대찬 야망도 있었다. 쓰시마보다 더 재능이 있다고 생각하는 그녀지만 유학을 가고 싶어도 가지 못하는 자신의 처지에 쓰시마를 통해 내비친다.

음악을 통해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며 사랑을 키워 갈 때 쯤 갑자기 쓰시마가 독일로 유학을 가게된다.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어른들의 선택에 따를 수 밖에 없는 쓰시마는 자신의 유학이 자신의 삶에 치명타가 될 지 몰랐다.

 

고통과 비애로 물든 자신의 첫사랑을 마주하기 힘들었던 고교시절을 떠올리며 자신의 상처를 감싸안은 저자는 자신의 젊은 날을 떠올리며 자신의 이야기를 조심스럽게 꺼낸다. 너무 고통스러웠기에 꺼내기가 힘들었을까 이 책의 제목이 왜 배를 타라인지 왜 저자는 이렇게 이야기의 뜸을 들이고 있는 지...음악적 청춘 남녀의 사랑 야기가 이 책을 읽기전부터 약간 템포가 느려지겠거니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본격적으로 이야기가 시작한다고 하니 위로가 되었다.

 

클래식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아왔던 내가 멘델스존이니 모짜르트에 조애가 깊지 않아서 저자가 전해주는 음악의 깊은 의미를 충분히 느끼지 못하고 있었기에 두 남녀의 사랑에 더 치중해서 책을 읽었는 지도 모르겠다.

 

유학에서 돌아온 쓰시마는 갑작스럽게 돌변한 미나미로 인해 마음의 혼란이 가중되다.

왜? 도대체 무슨 일이 미나미에게 있었던 것일까?

미나미는 사라지고 가나쿠보 선생님은 학교를 그만두었음에도 시간은 흐르고 있었다.

자의든 타의든 배를 타게 되었고 배멀리를 급심하게 한 쓰시마는 그 휴유증에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어떻게 손도 써보기전에 바닥에 떨어져 깨져버린 계란처럼 황망하게 쳐다만 볼 뿐...이 상황을 어떻게 대처해야 할 지..오랜 세월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자신의 배는 흔들리고 있는데...

 

도덕의 지구도 둥글다!

도덕의 지구도 양 극점을 가지고 있다!

양 극점도 실존의 권리를 지니고 있다!

발견해야 할 하나의 세계가 있다!

하나 이상의 세계가 있다!

배를 타라, 철학자들이여!

-니체-

 

항해를 하면서 만나게 되는 풍랑, 이 풍랑으로 인해 배멀리도 하게 되지만 배멀리가 사라졌다고해서 바다가 고요하진 않다는 것이다. 때때로 감당하기 힘든 거센 풍랑이 우리 배를 엄습해오기도 하지만 풍랑이 지나간 자리는 여전히 그 흔적을 남기게 된다.

부서지고 깨져버린 배를 수습한는 것도 우리가 해야 할 일이지만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그 때의 악몽같던 순간을 잊기는 쉽지 않다. 미나미도 쓰시마도..

여기에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는데 그것이 생명의 고결함을 인정한다는 것이다.

새로운 생명의 존귀함을 알기에 자신의 모든 것을 포기해야 했던 미나미의 선택은 쓰시마에게도 또 책을 읽는 나에게도 약간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없지만 인생의 가치를 모르기 사람들에게 본이 되는 모습이 아닐까.

이 세상의 도덕도 윤리도 그리고 철학도 인간이 존재하기에 고민하고 고뇌하는 부분이 아닌던가. 이 세상을 이해하려면 인간의 탄생과 그 가치를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되리라 생각하다. 여하튼 <배를 타라>를 읽으면서 음악과 철학이 잘 버무려진 청춘 남녀의 첫사랑을 통해 사회의 이치와 순리를 이해하게 되는 책이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