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녀석의 냉정과 치밀함이 둘째 녀석의 독기와 강한 기질을 억누르고, 둘째 녀석의 독기와 강한 기질이 여린 제자 아이로 하여금 심성의 약함을 부단히 채찍질해 긴장을 놓지 않게 하고, 나의 제자는 그 여린 성정으로 큰 녀석의 냉정함과 치밀함을 넘치지 않게 받쳐 주고 있는 형국이다.
 
  큰 녀석의 냉철한 눈빛과 치밀함이 엿보이는 성격, 둘째 녀석의 누구와도 견줄 수 없는 독기와 포기를 모르는 부러지지 않는 강한 기질.
 이 두 아이가 하나로 합쳐진다면 누구도 대적할 수 없는, 무인으로서는 가장 완벽하며 약점이 없는 '무적'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말이다.
 
 연혼벽의 음울함을 탈피하려 이원연공을 썼고, 이원연공의 부드러움을 깨보고 싶어 다소 패도적이라 할 수 있는 벽력암전을 썼습니다.

 장르물에서 복수물은 자주 이용되는 소재입니다. 닳고 닳은 소재이지만 그걸 어떻게 풀어나가느냐에 따라 그 이야기의 재미는 틀려진다고 봅니다. 이 벽력암전은 백연 작가의 말대로 상당히 선이 굵은 이야기입니다. 삼두표님의 재생과 같은 야수성 짙은 냄새를 풍기기도 합니다.
 먼저 대략적인 줄거리를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한 남자가 죽었습니다. 그 남자를 죽이기 위해 정사의 모든 역량이 투입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왜 이 위험한 남자를 제거 해야 했을까요? 그건 이 남자가 이상주의자이기 때문입니다. 이 남자가 주장한 것이 현실주의자들을 위협했기 때문입니다.
 시원론. 여타의 세력을 허물고 무인들은 무예의 수련에만 힘쓰는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가지는 것이 이 남자의 주장입니다. 이 남자가 가진 본연의 따뜻함과 행동 때문에 이 남자를 따르는 사람은 제법 되었습니다. 하지만 현실주의자들이 자신의 기득권을 쉽게 포기할까요? 지금 대한민국의 상위 10%에게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라고 한다면 어떤 반응이 나올까요?
 "이런 미친..."
 이런 소리가 나올 것입니다. 그래서 저 세력들은 이 남자를 제거 한 것이죠. 문제는 이 남자를 죽임으로써 지옥의 입구가 열린것 입니다. 이 남자에겐 형제보다 더한 정을 나눈 친우들이 있었습니다. 그 친우들이 세력 없고 쥐뿔도 없는 찌질이라면 문제가 없을 텐데 이 친구들도 이 남자처럼 너무 잘났습니다. 그게 문제입니다. 앞에 말한 이 남자의 스승이 말한대로 지극한 냉철함과 독기로 무장된 친구들이기에 그 복수의 강도도 상상 이상입니다.
 친우의 상처를 일부로 몸에 새깁니다. 친구의 고통을 그대로 그들에게 돌려 주기 위함입니다. 전 무림을 향해 칼을 든 셈이나 그들은 저어 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무림이 몸을 떨어야 한다고 단언합니다.
 친우는 절망 속에서 죽어갔습니다. 그 절망을 그들에게 고스란히 돌려 줍니다. 그 복수의 처절함이 책내에 계속 흐릅니다. 그냥 복수하는 정도가 아니라 하늘을 거스릅니다. 이 친우들은 친우의 복수를 위해 정사대전을 일으킵니다. 세상이 혼탁해지면 그것이 가라 앉는 것 또한 세상의 이치입니다. 이 두 친우는 그걸 가만히 놔두지 않습니다. 자신들이 복수를 완성할 때 까지 세상을 혼란에 놔두기 위해 그 싹들을 잘라 버립니다. 그 독기와 냉철함은 전율이 일 정도입니다.
 처절함 속에 웃음 코드가 약간 있긴 하지만 딱 기름칠 정도의 의미 밖에 없습니다. 이야기 내도록 흐르는 건 활화산처럼 타는 분노와 한겨울의 언 강물 보다 더한 차가움 뿐입니다. 현실주의자들은 자신들의 욕심을 위해 세상에 지옥의 야차 두 마리를 부른 셈이죠.
 이야기는 현재와 과거가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며 진행됩니다. 그리고 이야기가 진행되는 와중에도 과거의 한 부분을 숨기고 진행됩니다. 작가가 그것을 숨기고 진행하는 것은 나중에 뭔가 크게 터뜨릴 것이 있기 때문이겠죠. 그것이 무엇인지 정말 궁금합니다. 
 누가 나에게 복수물을 추천 하라고 한다면 전 이 소설을 추천하겠습니다. 두 남자의 복수행이 그만큼 전율스럽기 때문입니다. 이번에 무애광검을 출간한다고 합니다. 2월에 나온다고 합니다. 그래서 조금 걱정이 되기도 하지만 작가의 연중공지를 보니 안심이 되기도 합니다. 이 책도 조속히 마무리 지을 것 같기 때문이죠. 이렇게 꽉찬 책을 설렁설렁 마무리 할리는 없을 테니 과연 그 끝이 어떻게 맺을지 기대가 됩니다.
 흔히 복수는 허무한 것이라 하지만 처절한 일을 당한 사람이 그냥 참고 삭히고 용서할 수 있겠습니까? 용서와 허무도 복수를 하고 난 다음에야 느낄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복수는 하지 않아도 후회하고 해도 후회한다면 마음속에 맺힌 응어리는 풀어야 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전 복수물을 좋아합니다. 그 끝이 허무라도 원없이 행했기에 미련 따윈 없을 테니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