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오랫만에 가슴떨리게 책을 구했다.

 그리고 단숨에 읽느라 적어둘 구절을 따로 뽑아두지 못했다.

 그래도 아쉽지 않은건 이미 기억하고 있기 때문인거 같다.

 그 개별 내용이 아니라 핵심을.

 

 스스로를 뼛속부터 문과생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럼에도 현재는 소위 '과학'으로 분리되는, 한때는 '철학'이었던 천문학이나 인류학은 참 좋아한다.

 환경 탓 하는건 아니지만, 그럼에도 살짝, 중고등학교때 이런 분야에 대해 연구하는 '직업'이 있다는걸 실재로 알았더라면 아마 지금쯤 하고 있는 일이 바뀌지 않았을까 싶다ㅋ

 너무도 먼 가지못한 길이라 더 막연하게 그려보는 것일 수도 있지만.

 

 그래서 더 이 책을 재밌게 읽을 수 있던것인,

 이상희 교수님의 자기 고백 덕분이었던것 같다.

 나보다도 더 예전에 자기가 좋아하는 길을 걸으면서도

 직선이 아닌 때로는 이 길이 맞나 자문하고, 교수직에 있으면서도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에 소질이 없다 생각해기도 하는-

 그 방황하는 모습들이 무색하게 이 책은 모든 성과들을 아우르며 보여주고 있다.

 

 일단 대중적인 면에서 식인종이나 최초의 인류, 킹콩, 호빗 등 누구나 한번쯤을 관심을 가졌을 법한 제목으로 시작한다.

 하지만 내용을 보면 이보다 더 아카데믹할 수 없다.

 각종 연구에 대해 설명하면서 그 핵심과 근거를 들어주는대...

 과연 이제는 '철학'이 아니라 '과학'일 수 밖에 없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특히 제한된 자료로 연구하기 위해 독창성을 발휘하는 모습과

 그 과정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과학자들의 상반된 의견이, 일견 충돌처럼 보이지만 각 의견들을 더 단단히 만들어 주는 것을 보면서 한 가족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같은 분야안에서 같은 목표를 쫓는 한 가족.

 

 특히 인류의 돌연변이가 적다는 부분과

 지금도 우리는 계속 변하고 있을지 모른다는 내용을 읽으면서

 예전에 읽은 '제노사이드'라는 일본 스릴러/sf책이 떠올랐다. 현재 인류와 진화된 인류와의 조우.

 특히 이 책에 따르면 우리가 생각했던 '단계별' 진화가 아닌, 여러 다양성이 공존하고 살아가다가 그 중 환경에 적응한 개체가 살아 남는 것이라 하니 더욱 흥미로웠다.

 또 하나는 환경에 적응한 개체가 가장 강하기 때문이 아니라는 것, 오히려 가장 약하고 힘이 없기 때문에 환경을 거스르지 않고 자신을 맞춰가는 것처럼 보였다.

 

 만족스러운 책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