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 동물들을 둘러보면 인간이 어떻게 그 틈바구니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을지에 대해 의문을 가질 수 밖에 없게 된다.
 그리고선 대부분이 내리는 결론은 인간의 지성이다.
 그럴 수 밖에 없는게, 지성이 아니고서야 어떻게 인간이 강력한 발톱과 이빨을 가진 맹수들 사이에서 살아 남을 수 있었냐는 것이다.
 
 지성을 무기로 인간은 많은 것들을 이루었다.
 다른 행성을 탐사하고, 뇌의 신비를 파헤치고 심지어는 유전자를 통해 모든 생물의 신비를 파헤치고자 한다.
 너무나 빠른 발전에 일부는 두려움과 함께 현기증을 느끼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쥬라기 공원 이후에 이 장르의 소설이 드물지는 않아졌지만,
 매번 흥미로운 생물에 관한 스릴러 소설이 탐정 소설이나 연쇄살인범의 얘기보다 많지 않은 이유는 쓰는 사람도 많은 지식을 쌓는 것을 요구하기 때문일 것이다.
 (탐정 소설이나 연쇄 살인범에 관한 소설을 쓰시는 분이 덜 배워야 한다는 요지의 이야기는 아니다.)
 
 이 책은 그런 점에 있어서는 더욱 흥미롭고 탄탄하게 구성되어 있다.
 생물을 전공한 것이 아니어서 책에 나온 내용을 하나하나 검토해보면서 타당성을 따질 수 있는 입장은 아니지만,
 나처럼 비 생물전공자들을 설득하는데는 전혀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등장하는 인물들도 한명한명이 모두 매력적이어서 중반 이후부터는 푹 빠져서 읽을 수 있었다.
 심지어는 대처라는 과학자의 역할에 매우 반감을 가진 나머지 친구와 함께 밥을 먹으면서도 
 그 인물이 얼마나 어처구니가 없는지에 대해서 한참이나 이야기를 계속했을 정도이다.

 약간의 흠이라면 전반부에서 지루해질 수도 있다는 점이다.
 이야기의 전개가 다소 늘어지는 감이 있지만, 그것은 과학자들이 등장하면서 진화론과 자신들의 이론을 늘어놓는 시간을 주기 위해서이고 이러한 각각의 이론은 핸더슨 섬의 상황과 관련하여 멋들어지게 연결되기 때문에, 이 책을 끝까지 다 읽게 된다면 초반의 지루함쯤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하게 된다.

 개인적으로는 뒷 이야기가 조금 더 궁금했지만,
 아마도 그닥 좋은 방향으로 끝나지 않았을 것이란 예감이 들기는 한다.
 대처를 좋아하지는 않았지만 그건 그가 주장하는 바와 행동하는 것이 달랐기 때문이지, 그 내용 자체 때문은 아니었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