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하지 않는 것을 원하는 것보다 어리석은 일은 없을 것이다.
 그 사실을 알면서도 그 어리석은 짓을 하게 될 때는 대단한 끌림이 작용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루이제 린저의 생의 한가운데를 읽으면서 느꼈던 감정이 그랬다.
 난 이 책은 다른 명작들과는 다르게 자주 읽는다.
 사는게 재미없어질 때나, 마음이 약해질 때나, 의욕이 생겨야 하는데 생기지 않을때..
 개인적인 항우울제같은 책이랄까?
 전혜린의 수필집도 좋아하는 나에게는 이 책은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리게 해주는 측면도 있다.

 고백아닌 고백을 하나 하자면,
 처음 읽을 때 끌렸던 이는 니나가 아닌 니나를 동경하는 슈타인이었다.
 슈타인의 모습은 내 모습과도 닯아 있었다.
 니나를 좋아하고 니나의 사는 모습을 동경하지만 결코 니나가 될 수 없는.
 지금은 니나의 불안감만을 닮아가고 있다.
 니나가 느끼는 삶의 의무나 목적에 대한 또는 그렇게 거대하지는 않더라도 어떠한 압박감에 대한 불안이 
 과거에는 이해되지 않았다면 지금은 절실하게 이해가고 있다.
 그래서인지 니나가 독백하는 한장정도 되는 분량의 대사를 거의 외워가고 있다.
 그러면 니나를 통해서 내가하는 독백처럼 들리기 때문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생을 가장 열심히 살았던 두 여자 모두 자살을 시도한다.
 전혜린의 수필집을 읽다보면 그녀가 얼마나 치열하게 삶을 살았는지 알게 된다.
 니나도 마찬가지 이다.
 인간의 삶을 찰나에 비유하기도 하지만 
 하루하루를 살아가야 하는 입장에서 매일을 열심히 살다보면 에너지가 소진되는 느낌을 받기도 하나보다.
 아니면 너무 짧아서 한 생에 모든것을 다 이룰 수는 없다고 생각하거나.

 아마 나는 앞으로도 이 책을 몇십번을 더 읽을테고
 그 때마다 다른 느낌을 받을지도 모르겠다. 
 처음엔 슈타인에게 끌리다가 제멋대로라고 생각했던 니나의 입장을 점차 이해하는 것처럼.
 이런게 명작의 맛이려나?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