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우스트라는 제목도 안다.
 유명하다는 것도 안다.
 줄거리도 안다.
 하지만 그 만큼 안 읽게 되는 책 중에 하나였다.
 
 가끔가다 그런 책들이 있다. 
 읽기도 전에 질리는 책들.
 내게는 파우스트가 그 중 하나였는데,
 책을 읽으면서 느끼는 두근 거림도 없었고, 마치 오래된 과제를 보는 듯 한 기분이었다.
 볼 때마다 죄책감과 부담감이 뒤섞여서 더 읽기 싫어지는 그런 책.
 
 그러다가 어느 순간 ’해치우자’라는 느낌이 들었다.
 왜 이 부채감을 계속 갖고 가야되는지 알 수 없고, 읽어 낼 수 있을 것만 같은 느낌.

 이왕 읽는 것 제대로 읽고 싶어서 원문과 가장 가깝다고 여겨지는 희곡 형식으로 택했다.
 친숙하지 않은 형식에 다시한번 거부감이 일지만,
 처음부터 등장하는 대화는 삶의 딜레마를 절절히 보여준다.
 괴테는 천재라고 칭송받는 작가인 만큼 부담스럽긴 하지만 그 만한 글을 보여준다.

 줄거리는 모두들 아는 그대로다.
 악마가 하나님과의 거래를 위해 꾀어내고자 하지만 마지막에 실패한다는,
 단지 그 과정에서 악마가 얼마나 설득력이 있는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선의 길을 따라가는 학자의 고뇌가 어떤지를 몰랐을 뿐이다.

 사람에게 때때로 악한 마음이 인다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선한 행동이 더욱 빛을 발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힘들고 방황해도 내가 돌아갈 곳과 해야할 행동이 있다는 것은 하나의 위안이다.
 
 읽으면서 좋은 글귀를 적어놓느라 한참 글을 써야했다.
 그 와중에 소위 말하는 ’나쁜 편’의 글도 한참 썼다.

 솔로몬은 모든 것을 다 가졌지만 마지막에는 삶이 헛되고 헛되다고 하였다.
 김연아 선수의 좌우명으로 잘 알려진 ’모든 것이 지나가리라’라는 글도 약간의 허무함을 갖고 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알면서도
 그래도 스스로 방황해야 하고 스스로 답을 찾아야 만족하는 것이 사람이 가진 숙명이 아닌가 싶다.
 방황하는 것도 하나의 기회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