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적 뒤늦게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을 접했던 독자로서 과연 '연애'라는 소재를 미스터리와 결합시킨 이야기는 어떨까하는 기대감이 컸던 작품이 바로 『연애의 행방』이다. 이 책은 작가의 스키장 연작이자 '설산 시리즈' 중 하나로서 일본 현지와 국내의 차이가 있다면 시리즈 순서 정도에 있을 것이다.

이야기는 7편의 단편이 나오는데 작품 하나하나가 유기적으로 연결된듯한 느낌이 드는 것이 이야기에 등장했던 인물들이 어떤 식으로든 서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히가시노 게이고가 선보이는 첫 연애소설이라고는 하지만 왠지 일상 미스터리를 마주하는 것처럼 소소하지만 어딘가 모르게 긴장감이 느껴지는 작품으로 스키장이라는 특수한 장소를 배경으로 그곳을 찾은 사람들 사이의 보이지 않는, 어쩌면 그 당사자들만 알기도 하고 때로는 주변인은 모두 알지만 혼자만 알지 못하는 경우도 있는 이야기를 담아낸다.

책에서는 스키장과 스키, 스노보드 등과 관련된 전문용어가 상당히 많이 나오는데 이는 그 자신이 스노보드를 즐기는 겨울 스포츠 마니아이기 때문으로 첫 이야기에서부터 왠지 모를 긴장감은  묘하게 웃음을 유발하기도 한다.

결혼을 약속한 여자를 두고 소개팅을 나가 서로 좋아진(물론 상대방 여성은 알지 못한다, 그리고 자신의 약혼녀도 이 사실을 모르는 상태이다) 가운데 사토자와 온천스키장을 찾은 한 남자가 그날 유독 사람이 많아 다른 사람들과 곤돌라를 타야 했고 그 상대는 바로 여성들만 온 일행이였다.

그러나 그녀들의 이야기를 듣던 중 그중 한명이 바로 자신의 약혼녀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스키장으로 올라가는 그 짧은 시간이 너무나 길게 느껴지는 가운데 약혼녀가 하는 의미심장한 말들이 과연 자신의 부정행위를 알고 하는 것인가 싶어 조마조마해진다.

다행히 그녀는 모른다는 사실에 안도하기도 전에 곤돌라에 내린 남자에겐 더이상의 관용은 없다는듯 더욱 심각한 상황이 기다리고 있었는데...

때로는 혼자 헛다리 짚으면서 정작 자기 주변인들이 사귀고 있고 심지어 결혼을 할 계획이라는 사실조차 알지 못했던 남자가 직장 동료이자 친구에게 부탁해 깜짝 놀랄만한 프러포즈를 계획하기도 한다.

아무 문제없이 흘러가는 것 같지만, 그리고 전혀 관계없는 남인것 같지만 사실 생각해보면 세상 참 좁고 인연이란 뜻하지 않은 곳에서 서로 연결되어 있구나 싶은 생각이 들게 하는 이야기다. 그리고 자신에게 소중한 사람과의 인연을 너무 가볍게 생각하는 남자들의 등장은 한편으로는 한심하기도 하고 어처구니 없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마냥 행복한 연애소설이라기 보다는 조금은 현실적인, 보다 자세히 이야기하면서 극적인 요소가 있긴하나 불편한 현실을 담은 남녀 관계의 이야기를 담아낸 작품이라고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