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잠수함』은 단편소설「캐럴」을 통해 지난 2014년 『문학의오늘』로 등단을 한 이재량 작가의 첫 장편소설이다. 마치 한편의 유쾌한 로드무비를 보는것 같기도 한 이야기는 그만큼 흥미롭다.

그건 아마도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인물들의 면면이 결코 개성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은데 먼저 안산에 사는 이현태라는 캐릭터는 육봉 1호라는 봉고차에 19금 영화를 실고 다니면서 파는 성인용품업자이다. 이런 현태의 삶속으로 들어 온 또다른 인물들은 현태가 자주 가는 단골 만화방 노란잠수함의 주인인 나해영과 함께 사는 김난조로 어딘가 모르게 정신적 상태가 치매를 의심케하는 인물이다. 난조의 경우에는 하반신을 쓰지 못하는 상황.

그런데 어쩌다 현태는 전혀 상관관계가 없었던 두 노인과 얽히게 되었을까? 이는 두 노인이 현태의 봉고차로 자신들을 부산까지 데려다주기만 하면 무려 백만 원을 주겠다며 제안을 한 것이다. 여생을 부산에서 바다낚시나 하며 지내기 위해 그곳에 있는 옛친구에게 가겠다는 것이 사연인데 어딘가 모르게 본능적으로 뭔가 석연치 않은 찜찜함을 느낀 현태는 거액의 조건에도 불구하고 두 노인의 제안을 거절한다.

하지만 인생이란 것이 제뜻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더 많은 법. 결국 현태는 두 노인과 함께 육봉 1호에 몸을 실게 되고 여기에 더부살이격으로 모모라는 가출 여중생까지 합세하게 된다.

처음부터 찜찜했던 제안은 때마침 안산에서 발생한 연쇄살인사건과 맞물려 현태, 두 노인과 한 가출소녀의 사라짐이라는 요소들이 마치 퍼즐처럼 맞춰지면서 현태는 졸지에 연쇄살인사건의 용의자가 되어버리는데...

안 되는 인간은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진다더니, 순탄하다고는 할 순 없지만 그저 소시민으로 살았던 현태의 삶이 어느 순간 연쇄살인사건의 용의자가 되어버리는 순간이다. 결국 이들의 부산행은 졸지에 탈주극처럼 되고 억울한 누명을 쓴 현태와는 달리 두 노인과 여중생은 답답할게 없는 상태다.

그러나 현태의 악운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아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부산에서는 두 노인이 낚싯배를 구해줄거라 말했던 친구가 계약금을 들고 사라지고 현태는 사례금을 받기는 커녕 도주한 용의자로 몰려 형사들의 추척까지 받게 되자 이들은 이제 행선지를 목표로 바꾸게 되고 그들이 가고자 하는 곳은 바로 현태의 고향이기도 했는데...

아주 단순해 보였던 구조의 이야기는 사연 많은 사람들과 뜻하지 않게 발생한 사건들의 얽히고 설키면서 거대한 스케일의 탈주 로드 무비가 되어버린다. 그 과정에서 풀어내는 각 인물들이 지닌 삶의 이야기는 묘하게도 이들의 탈주 아닌 탈주를 응원하게 만드는 묘한 매력이 있어서 기대 이상의 재미를 선사하는 책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