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명수 같은 위로가 솟구친다!”

 

요즘같이 웃을 일 없는 때에 귀가 솔깃해지는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막힌 속을 뻥하고 뚫어준다는 활명수와 같은 위로라니 말이다. 과연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길래 책의 띠지에 이렇게 적어 놓았을지 궁금했다. 언뜻 보면 책속에 나오는 총 7편의 단편인 「로맨스 빠빠」, 「바겐세일」, 「밤소풍」, 「활명수」, 「젖몸살」, 「대신 울어드립니다」, 「겨울 유원지」는 결코 웃음과는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내용이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 소외계층으로 분류되는 비주류에 속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에서 과연 어떻게 활명수 같은 위로가 솟구칠 수 있을까 싶기 때문이다. 그런 가운데 퐁퐁 달리아(Pompon dalia)라는 제목을 처음 접했을때는 왠지 연애 소설이 아닐까 싶었다. 도대체가 무슨 말인지 알 수 없는 생전 처음 들어보는 이 말이 동글 동글하면서도 무작정 사랑스럽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퐁퐁 달리아(Pompon dalia)를 왜 제목으로 정했을까 싶었는데 맨처음 소개되는 단편인 「로맨스 빠빠」에 나오는 말이였다. 일본의 여류 시인이 한국의 시골에 방문하게 되는데 나이든 아버지는 그 여류 시인에 반하게 되고 그러한 모습들이 가족들의 눈에는 한심하게 비춰진다. 그리고 이러한 이야기는 여류 시인이 아닌 나이든 아버지의 딸이 화자가 되어서 써내려 가고 있는데 아버지가 보여주는 사투리와 행동들이 독자들로 하여금 웃음을 유발하는 것이다.

 

이 여류 시인이 일본으로 돌아가서 출간한 책에 나오는 시에 바로 퐁퐁 달리아(Pompon dalia)라는 내용이 나온다.

 

"퐁퐁 달리아 가득 주워 마음이 들떠 버렸네"

 

책에서는「로맨스 빠빠」외에도 더이상 팔 것이 없는 소녀 가장이 자신에게도 난자 기증 도우너로서 팔 것이 있어 신기해 하는 제이의 이야기「바겐세일」나 「활명수」를 파는 약국집 딸의 이야기는 현재 우리 젊은이들의 상황을 엿볼 수도 있을 것이다. 도덕 관념이 사라져 버린 것을 탓하기 전에 왠지 그럴 수 밖에 없었던 자신의 상황과 사회 구조 등의 문제가 더 와닿기 때문이다.

 

여기에 자신이 바람 필때 무시했던 남편이 정작 바람나면서 그때 당시 남편의 심정을 깨닫게 되면서 오히려 상황이 역전되는 아내의 이야기「밤소풍」, 각자 서로 힘든 결혼 생활을 하는 두 자매가 온천 여행을 떠나서 위로의 시간을 갖는 「젖몸살」, 「대신 울어드립니다」와 같이 말그대로 장례식장에서 울어주는 일을 하는 이야기나 기러기아빠의 이야기를 담은 「겨울 유원지」 등은 현대인들이 겪는 감정적 소외와 사람들 사이의 소통 부재에서 오는 문제들을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싶다.

 

마냥 즐겁게 웃을 수 있는 내용들이지는 않지만 슬픔의 미학이라고 해야할까... 슬픈 가운데에서도 어느 정도 이해하거나 받아들일 수 있는 내용들이라는 점에서 이 책속에 소개된 단편들은 현실 세계와 동떨어져 보이지 않아서 괜찮았던 것 같다.

Review, 은행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