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친구는 어느날 자취를 감추어버리고, 아버지는 췌장암 판정을 받으며, 어머니는 갑작스레 교통사고를 당해 죽는다면 누구라도 그 상황이 쉽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생각지도 못했던 사실을 알게 된다면...

이 책은 묘하게도 누군가의 살인 고백 수기가 이야기의 시발점이 된다. 앞서와 같은 상황에서 료스케는 홀로 계시는 아버지를 뵈러 집으로 갔다가 아버지의 서재에서 흥미로운 물건을 발견한다. 여자 핸드백과 검은 머리 한줌, 그리고 정체모를 노트 4권.

자신의 것이 아니기에 몰래 봐서는 안된다고 생각하지만 그 순간 과거 자신이 어릴적 병원에 입원했다가 집에 돌아왔을때 엄마인데도 엄마가 아닌것 같은 느낌을 받았던 기억을 떠올리게 된다. 그 당시 아이였던 그가 모두에게 그것을 얘기했지만 다른 가족들은 그가 병원에 너무 오래 있었고, 치료를 받아서 그런거라고 말했던 것이다. 바로 그 기억에 불현듯 떠오르면서 료스케는 검은 머리카락과 이 노트가 어떤 사실을 알려 줄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

처음 그처럼 순수한 호기심에서 시작한 노트 읽기가 점차 권수를 넘기면서 이것은 누군가가 지어낸 글이 아닌 글쓴이의 살인고백 수기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맨처음에는 글쓴이가 누구인지, 글쓴이가 말하는 '당신'이 누군인지도 몰랐지만 점차 노트를 읽어 갈수록 노트의 주인이 자신의 어머니라는 깨닫게 된다.

과거 그가 어머니가 어머니가 아니라고 했던 그 사건에 가려진 진실들의 조금씩 밝혀짐과 동시에 그의 어머니에 대한, 그리고 '당신'의 존재까지 료스케는 알게 된다. 그리고 사라졌던 여자 친구 지에의 숨겨진 사연까지 밝혀지면서 료스케는 혼돈과 공포, 그리고 무기력함에 빠져든다.

그렇게 어머니의 존재를 새롭게 안 료스케 앞에 의외의 인물이 나타난다. 과연 그 사람의 정체는 무엇일까?

이 책은 일본 추리소설 특유의 은근한 공포를 자아내게 한다. 현재의 이야기 속에 과거 '어머니'의 살인고백 수기가 함께 등장함으로써 마치 독자들도 함께 그 수기를 읽는 듯한 묘한 느낌을 갖게 한다. 그렇기 때문에 료스케가 느끼는 모든 감정들이 독자에게도 이입된다.

새롭게 밝혀진 그 진실이 공포와 혼돈으로 다가옴과 동시에 오히려 료스케와 주변인들에겐 평화를 가져다 주는 묘한 작용도 한다. 진실을 감추고 살았던 사람들의 아픔이 료스케가 밝힘으로써 마치 죄사함을 받은 듯한 느낌을 주기에 확실히 묘하면서도 흥미로운 소설인 것 같다.

그리고 끝에 약간의 반전(글을 읽어 갈수록 그 정체를 어느 정도는 짐작하게 된다.)이 주는 묘미도 느끼게 될 것이다.

끝으로 유리고코로. 정확하게 무엇이라고 정의하기는 힘들지만 개인적인 생각을 말하자면, 어떤 희열과 만족감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살인을 하고 싶은 충동이 생겨나고 그것을 실행했을 때, 그 순간의 만족과 희열을 느끼는 바로 그 찰나의 마음이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