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적 or 정신적 골방
직장에서는 후배와 상사들에게 치이고, 집에 가면 아내와 아이들에게 소외되는 현대 남성들을 위한 책이다. 한국에서 남자로 산다는건 양면성이 있는 부분이다. 한편으론 가정이나 사회에서 여성들보다 더 잘 대접받는게 사실이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그만큼 기대가 크기 때문에 여기저기 치여서 살다보면 시간이 허무하게 흘러가버린다. 외롭고 소외된 기계같은 일상의 반복이다. 제대로 가고 있는건지 생각할 틈도 없이 말이다.  

이 책에서는 바로 그 '생각할 틈'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 틈이 바로 골방이다. 그리고 이 골방은 물리적인 것과 정신적인 것 양쪽 모두를 의미한다.

p44
골방은 나에게 믿을 만한 안식처가 되어 나를 보호해 준다. 또한 과도한 각성과 경계를 잠시 접어 두고 힘을 충전하고 지혜를 얻어가는 곳이다. 어머니의 품, 나만의 아지트와도 같다. 내 마음 안에 있는 골방에서 24시간 나를 만나 키우자. 그리고 마음 놓고 그곳으로 도피하자. 성장은 곧 나를 자각하고 성찰함으로써 가능하기 때문이다.

 

일단 골방에 대한 이해를 전제로 본론에서는 발견과 치유 과정을 살펴볼 수 있다.

1부 어디론가 도피하고 싶어하는 현대 남성들의 모습

p63
일상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대체로 필연적인 고통으로 아파하는 것보다는 고통에 괴로움을 더해 끙끙대고 있는 경우가 더 많다.

사람은 아이러니하게도 자신의 부정적인 과거의 기억으로 '피할 수 있는 고통'을 만들어낸다. 이 고통은 돌고 돌아서 결국 자기에게 다시 돌아온다. 일단 피할 수 없는 고통(죽음, 질병 등)과 피할 수 있는 고통을 구분하고 피할 수 있는 고통을 줄여야 함을 주장한다.   

p67
남이 알아주기만을 기다리지 말고 자기가 먼저 자신을 받아들여 보자. 진실한 해답은 바로 내 안에 있다.

p69
타인을 향한 진정한 관심은 남에게 잘 보이려는 마음을 버리는 데서부터 시작한다.

'착한 친구', '말 잘 듣는 학생', '순한 사람'등 주변 사람들에 의해서 평가받는 자기 자신이 있다. 그리고 그 평가에 평생을 얽매여서 사는 경우가 대다수다. 너무도 당연하다는 듯이 자기 스스로의 솔직한 감정을 잃어버리기 일쑤다. 결국 나중엔 고통스러울 때 무엇 때문에 고통스러운지도 몰라서 더 고통스러워한다.

p72
페르조나(고대 그리스의 연극에서 배우들이 쓰던 가면)는 없애야 할 것이 아니라 구별돼야 하는 것이다. 페르조나에만 매여 사는 것이 인생의 목적이 된다면 그 삶은 얼마나 지루하고 무미건조하겠는가?

2부 남자들이 고통을 받고 있는 원인

 

1. 있는 그대로의 나와 만나지 못해서

 

2. 자신의 핵심감정을 인지하지 못해서

   ※ 핵심감정 - 어린 시절부터 반복해서 느끼는 부정적인 감정

 

3. 과거의 어긋난 사랑과 그로인한 잘못된 태도(사랑을 피하거나, 사랑에 집착)

 

4. 책임지지 않으려는 못난 습관

 

5. 화를 잘 이해하지도 다스리지도 못해서

 

6. 자기자신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들

 

3부 치유를 위한 방법

 

1. 치유의 시작, 두려움 버리기

p216
변화는 이렇게 성장을 두려워하는 마음을 격려하고 안아주는 과정이 함께 수반되어야 한다.

2. 고통은 통과하는 것

p226
고통을 치유하는 좋은 방법은 아이러니하게도 기꺼이 고통을 끌어안아 고통을 뚫고 통과하는 것이다. 고통이 마음 안에서 사그라질 때까지

3. 충분히 느끼고 절절히 슬퍼하자

p.230
감정을 숨기고 눌러버리는 것은 그 고통과 영원히 함께하겠다는 또 다른 말이다. 시냇물이 고여 썩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는 새로운 물이 들어올 수 없고, 나갈 수도 없는 정체 상태다. 감정의 정화작업이란 마음 안에 고여 있는 시냇물을 흘러가도록 돕는 것이다.

p240
고통스러운 기억을 떠올려 현재 내가 가지고 있는 인간관계의 행복감으로 과거를 위로하라. 그렇게 우리는 골방에서 변화하고 치유될 수 있다.

4. 자신의 감정과 공감하라

 

p257

공감은 동조나 찬성 혹은 동일시와 반드시 구별돼야 한다.

공감은 나를 잃지 않으면서 상대방의 감정을 함께 느끼고, 그에 대해 반응하고 소통하는 것이다.

5. 마음의 근육 단련

p270
머리가 아닌 경험을 통해 체득한 것이 확실히 아는 것이다. 이처럼 심리적인 문제 역시 머리로 자신의 문제를 이해하는 것에서 끝나는 것은 사실상 아무런 의미가 없다.

 

 세상은 톱니바퀴 맞물리듯이 돌아간다. 한 사람 한 사람이 톱니바퀴가 되어 서로 맞물려서 돌아간다. 두 가지 가정을 해보자.

필요 이상으로 과도하게 많이 돌아가서 전체적으로 무리를 일으키고 결국 전체 운행에 지장을 초래하는 톱니바퀴가 하나 있다. 

다른 한편으로 평소에 티 안나게 돌아가다가도 전체 운행에 이상이 생겼을 때 조금씩 힘을 내서 돌아가기 시작해 전체적인 운행을 살리는 톱니바퀴가 있다.

전자는 '존웨이증후군'을 빗댄 경우다. '남자는 강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자기 뿐만 아니라 주변에도 피해를 끼치게 된다. 이와 반대로 후자는 진정 강한게 무엇인지 생각하게 해준다. 평소에 솔직한 감정처리와 스스럼 없는 소통으로 잘 표가 나지 않지만 중요한 순간에 발휘되는 그 유연함의 힘은 진정한 '강함'이라는 말을 떠올리게 한다. 책에서는 바로 이런 진정한 강함을 찾기위한 과정들이 수록되어 있다.

 

 사실 평범한 남자가 상담실을 먼저 찾아가서 솔직히 털어놓는 일은 드물다. 그래서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일단 책을 접해보면 자연스레 자신의 내면의 문제점을 발견하고 위험성을 인지할 수 있다. 그리고 스스로 자기만의 골방을 만들고 그것을 통해 치유와 성장의 길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 무턱대고 상담사를 찾아 가기는 꺼리면서, 평소에 낯선 건강함 보다는 편안한 병리를 선택해버리는 우리 사회의 보통 남자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