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탄으로 거칠고 굵게 그려놓은 버지니아 리 버튼의 <말괄랴이 기관차 치치>에서는 증기기관차의 힘이 느껴진다.

증기기관차의 탄수차에 실려있는 석탄을 한 조각 꺼내어 거친 도화지 위에 바로 그린 듯한 그림이다.

달리며 몸을 앞으로 기울인 기관차 치치와 뒤로 주욱 뻗은 검붉은 연기의 흐름.

 

치치의 일상은 늘 비슷하다.

탄수차와 화물차 그리고 객차를 싣고 작은 도시에서 대도시를 왕복한다. 

언덕을 넘고 넘어 도개교를 건너 선로가 복잡하게 얽힌 대도시의 역까지 가는 길이 더이상 재미없어진 치치는 기관사와 엔지니어가 잠깐 쉬는 틈에 홀로 모험을 떠난다. 뒤에 늘 긴 차량을 연결하고 있어 제맘대로 달리지 못했던 치치는 홀로 실컷 달려보고 싶었다. 보란듯이 경적을 울리며 최고 속력으로 들판을 가로 지르자 동물과 사람들은 깜짝 놀라서 치치를 쳐다보지만 치치는 그저 뿌듯하기만 할 뿐이다. 그렇게 언덕을 넘고 열려있는 도개교까지 깡총 뛰어 건너다 탄수차도 떨어뜨린 치치는 제 속도를 이기지 못하고 대도시역까지 달린다. 거기서 방향을 잃은 치치는 이제 알지 못하는 길로 치닫다가 막다르고 낡은 선로의 끝에서 연료가 떨어져 멈춰버린다. 치치를 찾아 나선 아저씨들이 증기기차를 타고 치치에게 이르렸을 때 치치는 마지막으로 작게 뿌~ 한마디만 했을 뿐이다.

아저씨들의 도움으로 제자리에 돌아온 치치는 과연 다시 모험을 떠나고 싶을까??

호기심 가득했던 말괄량이 기관차 치치는 모험이 끝나자 이제 궁금증이 사라졌나 보다.

 

치치는 꼭 우리 아이들같다. 그래서 걱정스럽긴 하지만 귀엽다.

우리 아이가 마음껏 모험을 할 수 있도록 해주면 좋을텐데 노파심에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 나도 커피 한 잔 하며 아이에게 눈을 떼는 시간을 주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