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우우우우우 하고 소리 한 번 치면 초원의 모든 동물들이 허겁지겁 도망가는 동물의 왕 사자.

초원의 임금인 사자왕 부루부루는 부드럽고 다정한 자신의 본성은 위엄과 근엄 속에 붇어놓고 왕 노릇에 충실했다.

아침마다 손거울을 들여다보면 저절로 나오는 미소를 보며 이런 다정한 모습은 어울리지 않지 하고 다잡는 부루부루.

초원의 동물들도 그를 두려워 도망치기는 하지만 그가 멋있다는 것은 모두 인정한다.

멋진 자세로 초원을 거닐면서 부루부루는 자신이 보잘것 없는 쥐로 태어나지 않은 것이 얼마나 다행인가 생각한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 부루부루에게 노년이 찾아온다.

부루부루에게 노안이 와 눈이 어두워지자 하늘의 독수리와 눈앞의 파리가 헷갈릴 정도가 되고 이는 몽땅 빠져 버려 틀니를 끼어야만 한다. 더이상 사냥감을 쫓아 달릴 수도 없고 잡았다 한들 물어뜯을 이도 없어졌다.

그래도 부루부루는 초원의 동물들이 실망할까봐 아침에 집을 나서 큰 소리로 고함을 쳐 예전과 같은 모습을 보여주고자 노력한다.

결국 초원의 동물들은 무언가 달라졌다는 것을 깨닫는다.

부루부루에게 더이상 날카로운 이빨이 없다는 것을 안 동물들은 함께 죽을 먹자고 부루부루를 찾아온다.

당황한 부루부루가 손거울을 쳐다보자 자연스레 미소가 돌아온다. 그리고 다정하게 동물들을 맞아들인다.

동물들은 예전보다 더 멋진 임금을 얻었다고 노래한다.

이제 부루부루는 함께 하는 삶에서 의미를 찾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