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는 나만 따라 해>의 작가 권윤덕이 고양이를 데리고 마을 구경을 나섰다.

마을이 지금처럼 베드타운이 아니었던 시절이 있었다. 마을에 외식을 위한 음식점과 대형마트 혹은 SSM과 프렌차이즈의 똑같은 간판으로 가득차기 전의 마을 풍경을 기억하는지??

잠이 아닌 생산과 유통과 소비를 함께 하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공동체가 바로 마을이었다.

<일과 도구>에는 우리가 오랜 시절 살았던 마을이 나온다.

아이는 고양이를 데리고 마실을 나서서는 농장과 구두방과 병원과 의상실과 중국음식점과 목공소와 화실을 드나든다.

가는 곳마다 아이는 주인장들이 쓰는 도구들을 구경하고 주인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일의 일부를 나누어볼 수 있게 해준다.

그 따스한 분위기가 참으로 사랑스런 그림책이다.

 

<일과 도구>에서 작가 권윤덕은 여러가지 일을 하는 공간과 도구들을 촘촘하고 정확한 묘사로 그려내어 그림책 작가로서의 역량을 보여준다. 이 책에서 권윤덕의 그림은 동양화의 평면적인 구성과 민화적 색감으로 강한 인상을 남긴다.

도구들의 모양과 그에 대한 설명 그리고 사람들이 일을 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단계별 그림을 한장의 그림에 펼쳐놓은 구성은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눈을 뗄 수 없는 흥미로운 그림이 어쩌면 아이들을 지치게 할 지도 모르겠지만 어른들에게도 흥미를 유지할 수 있는 만큼 아이들에게 반복적으로 볼 수 있는 기회를 준다면 호기심쟁이 아이들의 눈이 트일 듯 하다.

<일과 도구>는 꼭 소장하고 아이들이 여러 해동안  볼 수 있게 도와주면 좋겠다. 아이가 자라면서 지식과 삶이 커지는 동안 또 새로운 눈으로 신선하게 볼 수 있을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