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의 윤구병 선생님이 쓴 도토리계절그림책 가을편이다.

바쁜 가을 농촌의 모습을 스케치처럼 그려놓은 아름다운 그림책 <바빠요 바빠>

거친 색연필 스케치로 그려낸 페이지 페이지가 아름답고 평화로운 풍경을 담고 있다.

좋은 그림책이란 글과 그림이 만나서 서로 빈 곳을 채워주는 것이라 하는 정의에 꼭 맞는 작품이다.

 

분주한 농촌의 가을은 수확의 계절이다.

밭에 심어놓은 고추며 배추며 논의 벼까지 모두 거둬들여야 하고 일년 두고 먹을 수 있도록 마무리도 해둬야 한다.

마루네 온가족이 나서 분주히 일하는 풍경에서 마루는 빠지지 않는 일꾼이다.

얕은 지붕의 너와집에 날아가지 않도록 눌러놓은 나무, 넓은 채반에 널어 지붕에 얹어놓은 붉은고추

키에 앉아 곡식을 쪼아먹는 참새.

장독옆의 맨드라미.

이 그림같은 가을 풍경에서 사람을 빼놓는다면 그것은 거짓이다.

마당에서 옥수수를 말리는 할아버지와 멍석을 깔아놓고 참깨를 터는 머리에 수건을 두른 할머니.

붉은 고추를 너는 할머니 옆에서 닭을 쫓아내는 마루.

벼가 익는 논에서 참새를 쫓느라 냄비를 두드리며 소리치는 마루.

밤나무에서 떨어지는 알밤을 주으며 다람쥐와 청설모처럼 바쁜 마루.

콩타작하는 할아버지 할머니와 생쥐.

벼베는 마을 사람들과 벼 나르는 마루.

감타는 아빠와 곶감 꿰는 할머니와 엄마. 홍시쪼는 까치.

무와 배추 뽑아 김장준비하면 들쥐랑 두더쥐도 한몫.

동네 아짐들 모여 김장 담그면 아빠는 김칫독 묻고 아루는 집집마다 김치 날라주고.

아빠가 무 구덩이 파는 동안 옆에 서서 줄지어 가는 기러기 구경하는 마루.

 

옛날 농촌에서는 분명 한 손 거들어 책임과 권리를 다 하고 대접받았던 아이들이 요즘 성적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시키는 주체가 되면서 오히려 권리는 잃었다는 최근 신문기사가 생각나는 가을 풍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