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커스 소녀 린> - 베아트리스 드뤼 르나르 글 / 마르틴 부르 그림/ 김성희 옮김 / 빨간고래

 

아름답고 매혹적인 움직임이란 것이 있다.

김연아의 스케이팅이 그렇듯이 사람들의 눈을 휘어잡는 움직임을 바라보고 있으면 직접 움직이고 있는 주인공의 느낌이 궁금해진다. 공중제비를 가볍게 도는 사람이나 다이빙하면서 2회전을 할 수 있는 사람들, 날듯이 공중에서 몸을 돌리는 체조선수를 보고 있으면 그들의 재능도 재능이지만 그들이 누리는 자유로운 느낌이 부럽다.

 

서커스 소녀 린은 그 움직임의 황홀함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이다.

왕이 슬픔에 빠져 색쌀옷도 음악도 금지하고 있는 나라에서 슬픔과 억압에 잠긴 사람들을 보았을 때 린이 느낀 답답함은 그래도 더 유별나지 않았을까? 자유를 알고 있는 사람만이 부자유의 슬픔을 안다.

 

보지도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왕자를 이끌어 원을 그리며 돌고 무등시소를 타고 공중제비를 돌며 황홀함을 전함으로써 린은 왕자에게 기쁨을 알게 해준다. 까르륵 웃을 수 있는 터져나오는 기쁨을 준다. 왕자의 웃음에 왕은 눈물을 흘리며 기뻐한다.

그리하여 왕은 자신을 감싸고 있던 슬픔의 옷을 벗어던지고 마을 사람들에게 기쁨을 누릴 수 있는 자유를 준다.

새들이 노래할 수 있는 자유, 자신을 마음껏 표현할 수 있는 자유.

 

스스로 황홀하지 않다면 어찌 린이 그것을 전할 수 있었을까.

나 역시 황홀한 아름다움을 내 것으로 해야만 함께 행복할 수 있지 않을까.

린이 참 부럽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