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라고 우습게 보고 어린 아이한테 읽어주면 낭패를 볼 책이다. 초등 저학년 정도는 되어야 질문을 따라갈 수 있을 것 같고 초등 고학년은 되어야 답을 따라 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뽕나무에서 태어난 애벌레 말캉이는 세상에 대해 아는 것은 아무 것도 없지만 필요한 것은 모두 알고 있는 특별한 애벌레이다.

작가 황경택은 숲연구소에서 생태놀이 코디네이터로 일한 경력이 있는 만큼 생태적 지식에 있어서는 부족함이 없으며 자연을 바라보는 관점 또한 깊이가 있다. 작가 스스로 이 만화를 통해 자연의 신비함, 다양성, 관계성, 지속성에 눈뜨기를 바란다고 적어놓았다.

 

작은 애벌레가 뽕나무와 대화를 나누면서 뽕나무에게 미안한 마음을 갖다가 언젠가는 자신이 뽕나무의 가루받이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는 말에 스스로에게 자부심을 느끼거나 자신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뽕나무를 떠나 여행을 갔다가 만나는 수많은 동물들과 식물들 사이에서 자연의 연결고리를 깨달아가는 과정을 잛은 만화를 통해 여러 사례로 재미있게 드러내고 있다.

끝없이 이어지는 질문과 대화 속에서 아이들 스스로 질문의 답을 찾아갈 수 있도록 여백을 주는 점도 좋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작가의 시선은 땅속에서 나온 매미에 대한 설명이다.

보통 7년동안 땅속에서 굼벵이로 살다가 땅위에 나와 1주일, 길어야 한 달 정도 사는 매미에 대해 우리는 측은한 감정을 갖곤 하는데 작가는 땅 위의 한달을 위해 7년동안 사는 것이 아니라 땅속 7년을 위해 한 달 동안 짝짓기용  변신을 하는 것이라 말한다.

 

날개 있는 상태, 우리 눈에 드러나는 것, 시끄러운 소리를 내어 존재를 알리는 형태만이 진정한 삶이라 여기는 우리에게 한 방 날리는 작가의 시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