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옛이야기를 누군가에게서 배꼽빠지도록 재미있어하며 들어본 적이 있는지?

그것은 이야기꾼의 능력이다.

<줄줄이 꿴 호랑이>의 작가 권문희는 그런 면에서 능력자다.

익숙한 이야기를 이토록 생생하고 풍부하게 만들어내는데 권문희가 사용한 것은 짧은 이야기와 풍부한 표정이다.

 

그다지 재미없을지도 모르는 줄거리는 이렇다.

웃목에서 똥싸고 아랫목에서 밥먹고 잠자는 게으름뱅이가 엄마의 잔소리에 못이겨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러곤 하는 일은 커다란 구덩이 파기. 그리고 온 동네 똥을 모두 모아다가 구덩이에 채운다.

거름으로 가득찬 구덩이에 참깨를 심으니 주먹만한 참깨가 열린다. 그 참깨를 거두어 참기름을 짜서는 집에서 키우던 강이지에게 먹이고 바르고 담가서 참기름에 전 강아지로 만든다.

게으름뱅이는 강아지 목에 긴 줄을 매서 산으로 데려가 나무밑동에 묶어둔다.

강아지 잡아먹으러 온 호랑이가 강아지를 꿀꺽 삼키자 똥꾸멍으로 강아지가 쏘옥 나오고 다른 호랑이가 먹으면 또 똥구멍으로 나오고 하여 긴 줄에 호랑이가 줄줄이 꿰자 게으름뱅이가 줄줄이 꿰 호랑이를 끌고 집으로 돌아온다.

물론 호랑이 가죽을 팔아 잘 먹고 잘 살았으렸다.

 

권문희가 그린 <줄줄이 꿰 호랑이>에서는 똥싸는 웃목에 요강에 꼬인 파리떼들과 푹 꺼진 게으름뱅이 엄마의 표정과 참기름에 절어간느 강아지의 모습 등에서 웃지 않을 수 없는 강렬함이 있다.

동양화를 전공한 작가답에 한껏 여유롭다.

이토록 즐거운 옛이야기책은 진정 만나기 힘들다.

 

옛이야기는 참 이상해서 책으로 읽으면 아주 재미있게 읽고나서도 누군가에게 옛이야기를 해줄 기회가 생겨도 좀처럼 이야기가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옛이야기를 들으면 다른 이에게 옮겨주는 것은 아주 쉬운일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서도 아이에게 전해줄 수 있었다. 그림이 머릿속에서 떠올라 너무나 생생했던 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