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일본 소설을 읽고 일본 영화도 좋아하지만 이 책은 스스로는 펼쳐보지 않았을 표지를 갖고 있다.

<공중그네>는 들어봤어도 오쿠다 히데오는 알지 못할 정도의 독서력이기도 하거니와 저 표지의 남자의 얼굴로부터 무엇을 상상해야 하는 것인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으니 말이다.

표지만 본다면 중학생 정도 사춘기 아이의 성장소설쯤 연상해야겠고 또 이야기의 중심에 초등학교 6학년 힘든 시기를 살아내는 지로가 있기도 하니 아예 틀린 것은 아니겠지만... 그런 연유로 이 책은 혼자서는 절대 시작하지 않았을 책이지만 우연히 추천을 받아 나를 오쿠다 히데오의 세계로 끌고 들어간 계기가 되었다.

살아 남을 것인가 살아갈 것인가란 제목의 미묘한 강의에서 우리 스스로의 삶의 패텬을 바꾸는 것만이 유일하게 가능한 개혁이라고 말씀하시던 어떤 강사가 추천해주었던 책이라 냉큼 집어들었는데 - 책의 두께도 표지도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 순수한 궁금증으로 시작해서 감동으로 끝났으며 중간 중간 절대 지루하지 않았던, 작가의 이야기꾼으로서의 역량을 확인시켜준!! 대단한 작품이다.

400쪽짜리 2권이면 얼마나 긴 이야기인가. 그 긴 이야기는 정확하게 2개의 이야기로 나뉘어 있다.

남쪽으로 튀기 전과 남쪽으로 뒨 다음.

12권은 남쪽으로 튄 후. 아버지의 본가가 있는 남쪽 섬으로 이주한 뒤. 일본이라는 커다란 국가 이전에 이루어진 공동체가 여전히 살아있어 모두들 이유없이 서로 돕고 힘을 주고 의지하는 곳이다. 우리가 잊고 있는 공동체의 힘을 깨닫게 해주는 긴 이야기이다.

이곳은 지로의 아버지가 꿈꾸는 진짜 삶이 있는 곳이지만 언제나 위협받고 있으며 지로는 그 갈등을 통해 어른이 되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