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 미로를 향해 가는 모습은 변화에 대해 두려움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즐거움으로 받아들인다. 세상을 살다 보면 늘 옳은 것이나 좋은 것들만 선택하며 살 수는 없다. 누구도 연습하지 않고 살아가는 세상이다 보니 때론 생채기가 나기가 하고 때론 내가 노력한 것 이상의 성과를 올릴 수도 있다. 그러니 우리가 굳이 안 좋은 상황을 예견하고 걱정하기 보다는 기대를 가지고 사는 게 훨씬 유익한데도 우리 인간들은 그 간단한 진리를 삶에 적용하며 살지 못하는 게 안타깝게 느껴진다.

이에 반해 꼬마인간 헴과 허는 변화가 왔어도 그 변화를 감지하지도 못할뿐더러 어렴풋이 알게 되었어도 현재 누리고 있는 것마저 위태해질까 싶은 마음에 쉽게 미로로 발길을 돌리지 못한다. 그들에게 깊게 자리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은 막다른 곳까지 다달아도 변화의 꼬리를 잡지 못하게 하고 만다. 그나마 늦게라도 자신의 실책을 깨달은 헴은 두렵고 떨리는 마음을 안고 미로로 발을 들여 놨기에 스니프와 스커리가 발견했던 치즈를 함께 먹을 수 있는 기쁨을 누리게 된다. 그러면서 혼자서 빈 창고를 지키며 여전히 과거에 연연해하고 있을 헴이 이제라도 현재 상황을 수용하고 그 발길이 미로로 향하기를 기대한다.

내가 만약 위에 언급했던 사례에서 부사장님의 말씀을 잘 새겨듣고 새로운 데이터로 만들어진 전화번호부를 만드는데 적극성을 띠었더라면 상사도 편했을 것이고, 내 자신의 업무능력도 향상되었을 것이라 생각된다. 그리고 그런 사고방식은 다른 여러 가지 업무에도 영향을 미쳐 훨씬 즐거운 직장생활을 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은 아쉬움도 생겼다. 또 내 자신에 대한 관용이 나를 열린 마음의 소유자로, 변화에 대해 대체적으로 잘 적응하는 사람으로 착각하며 살았다는 걸 깨닫게 되니 씁쓸함이 밀려온다. 분명 변화에 대응하는 자세가 하루아침에 바뀌는 것은 아닐 것이다. 늘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도록, 현실에 안주하지 않도록 끊임없이 나를 다듬고 준비할 때라야 내 인생이 변화를 맞이했을 때 움츠러들지 않고 전진할 수 있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