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바르드 뭉크는 어린 시절에 어머니를 여의고 자신을 돌보아주던 누나마저도 10대에 이 세상을 등진 후 모든 슬픔과 절망 그리고 희망을 그림으로 표현했다. ‘챨리와 초콜릿 공장’으로 유명한 로달드 달의 ‘마녀를 잡아라’에는 산이 많은 노르웨이에서 처음 마녀가 나왔다는 표현이 나온다. 위의 두 가지는 내가 알고 있는 노르웨이에 대한 지식의 전부이다.

  노르웨이 작가 잉바르 암비에른센의 ‘엘링 시리즈’ 중 ‘엘링 천국을 바라보다’를 만났다. 서른 두 살의 나이가 되도록 최소한의 공교육을 뺀 나머지의 시간을 엄마와 함께 하며 세상과 담을 쌓고 살아온 엘링은 오슬로 시의 결정에 의해 요양원 생활을 하고 그곳에서 만난 친구 키엘과 사회적응(?) 프로젝트를 수행한다. 스스로 무슨 일을 계획하고 실행하는 것은 고사하고 전화를 걸고 받는 일, 벨이 울렸을 때 현관에 나가보는 일에도 어려움을 겪는 이 두 나이든 청년이 어떻게 세상 밖으로 나와 관계를 맺어가고 세상이 두려운 존재가 아님을 알아가는 지에 대해 때로는 답답하게, 때로는 아프게, 때로는 우스워서 배꼽 잡게 표현되어졌다.

  그런데 책을 읽으며 참 묘하다 싶은 것은 엘링과 키엘이라는 사회부적응자와 노시인 알폰소, 그리고 스페인 남자에게 임신한 채로 채인 여인 레이둔을 통해 보여 지는 모습들이 나와 닮았고 또 내 주변 사람들과도 유사한 점이 많다는 것이다. 한 마디로 말해 ‘죽어도 이해 안가는 인간’들이 있는데, 그들 모두가 사회 부적응자가 아니며, 그들이 보았을 때 나 역시 죽어도 이해 안 되는 인간일 텐데도 나 역시 사회 부적응자라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두려움이 많은 것을 제외하고는 엘링은 참 사색적이고 정직하며 의리가 있는 인물이다. 그렇다면 사회 적응자라는 것은 약간은 깊이가 없어야 하고, 조금은 부도덕하고, 가끔 배신도 할 줄 알아야 한다는 말이 되나?

  아마도 작가는 사람마다 모두 가지고 있는 부적응의 면면들을 엘링과 키엘이라는 인물로 압축한 건 아닐까? 그러면서 이들이 보여주는 것들을 보고 ‘어, 나도 그런데..’, ‘이건 딱 그 사람을 나타낸거야.’라면서 공감하며 이 세상에는 따로 배척하고 배척당하는 사람들이 사는 세상이 아니라 이런 모양, 저런 모양을 했어도 같이 살아가는 소중한 존재임을 자각하도록 이런 글을 쓰지 않았을까 싶다. 오늘 처음 만난 엘링, 다른 책에서의 엘링도 만나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