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유명한 책에는 이상하게 손이 안가는 그다지 좋지 않은 습관이 있습니다. 그 속에는 ‘대중의 심리에 별 생각 없이 합류하기 싫다’라는 약간의 고집도 있고 조금 정도는 질투도 섞여 있는 것 같다는 게 제 자신을 분석한 결과입니다. 유괘하지 않지만 꽤 진실에 가까운 것은 내 스스로 좋은 글을 창작해 내지 못한다는 데 대한 안타까움과 많은 사람이 좋아한다고 해서 꼭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살아오면서 터득한 때문입니다. 하지만 오늘 만난 ‘아름다운 꼴지’는 그 전에 쓰여진 이철환 선생님의 글을 한 권도 읽어보지 못한 게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감동적이더군요. 요즘 가족에 대한 글을 많이 접하게 되었는데 이 책 역시 아홉 가정의 아픈 사연과 그것을 극복해 가는 가족의 사랑이 아름답게 그려져 있습니다.

  가장 아름답고 가까운 사이인 가족이 서로 배려하지 않고 소홀히 하면 세상 그 어느 관계보다도 추악해질 수 있는 게 가족입니다. 가난하고 부족해도, 몸의 어느 부분이 성하지 못해도, 뜻하지 않게 이별을 맞아 힘이 들어도 서로 사랑하고 위한다면 그 무엇보다도 찬란하게 빛나는 존재인 가족 이야기가 ‘아름다운 꼴찌’에 아홉 편이 실려 있습니다.

  병약한 아들이 자신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 마라톤에 도전하자 포기하지 않도록 멀리서 꼴찌의 모습으로 달려주시는 아버지의 이야기, 연탄가스에 가족이 모두 죽음의 문턱에서 겨우 살아난 후 방바닥을 다시 고쳤어도 혹여나 다시 가스가 새어 들어와 위험에 처할까봐 서로들 잠 못 이루는 밤을 보내는 가족의 이야기, 고등학교에서 퇴학당한 아들이 평생 감옥을 오가며 아름다운 청춘을 헛되이 보낼까봐 스스로 도둑질을 해서 감옥에 다녀와 얼마나 비참한지 알 수 있게 하신 아버지의 이야기, 도배장이라 불리는 엄마아빠가 부끄러워 가족을 자랑스러워하지 않는 딸아이를 미리 챙기시는 사려 깊은 부모님의 이야기 등 슬프고도 감동적인 이야기가 어린이들 눈높이에 맞게 쓰여져 있어 여섯 살 난 딸아이에게 잠자기 전에 매일 한 편씩을 읽어 주었습니다. 지금은 다 이해하지 못할지라도 어렵고 힘든 상황 속에서도 가족이라는 아름다운 사랑의 끈을 놓지 않고 용기와 인내를 가지고 세상을 살 것이라 생각하니 제 마음이 정말 흡족합니다.

  나는 비록 다른 사람을 감동시킬 만한 글을 쓸 수 있는 달란트가 없지만, 글을 읽고 감동할 수 있고 기쁨과 슬픔을 나눌 수 있는 마음을 가졌다는 데에 위안을 하며 온 마음과 정성을 기울여 우리 가족을 아름답게 품어 기쁨의 원천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