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이는 초등학교 1학년이다. 4월부터 독서록을 쓰기 시작해 일주일에 한 번, 수요일에 검사를 하신다. 매주 수요일 독서록을 제출하면 그 날 종례시간이나 그 다음날 돌려주셨는데, 한번은 2주 넘도록 돌려주지 않으셨다. “선생님이 왜 독서록을 안주실까?” 하고 아이에게 지나가듯 한마디 했더니 안 그래도 자기가 선생님한테 물어봤다고 한다.

 “엄마, 선생님은 맨날 우리들 알림장도 검사해야하고 수학시험이랑 받아쓰기도 검사해야하고 너무 바쁘대. 그래서 독서록을 아직 검사하지 못했대. 그 말도 일리가 있지?”

아이의 말투가 참 재미있어서 웃으면서 그 말이 맞다고, 일리가 있다고 대꾸해 주었다. 세상이 많이 바뀌었다고 하지만 선생님에 대한 생각은 내가 어렸을 때랑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나처럼 우리 딸아이도 선생님은 모르는 게 없고 뭐든지 잘하시며 무슨 일이든 틀리게 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글담 어린이의 동화로 배우는 학교생활-선생님과 정말 친해지는 법 「선생님, 나만 믿어요」는 초등학교 2학년인 은수가 주인공이다. 숫기가 없어 2학년이 된 첫날, 모르는 얼굴이 많이 보여 어떻게 해야 하나 무척 혼란스러운데 선생님도 바뀌어 혹시나 잘 못해서 혼날까봐 겁을 낸다. 하지만, 급식 시간에 따로 현미밥으로 도시락을 싸 가지고 오셔서 드시는 선생님을 보고 오히려 선생님을 걱정하기에 이른다. 어려서부터 몸이 약해 늘 병원신세를 져야했던 은수에게 엄마가 몸에 좋다며 현미밥을 해주셨던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선생님을 조금이라도 편하게 해주고 싶은 마음이 담긴 은수의 행동은 같은 반 친구의 놀림과 시기의 대상이 되고 은수는 학교생활이 고달프다. 어느 날, 은수의 걱정대로 선생님은 교실에서 정신을 잃고 은수의 응급조치로 위기를 넘기게 되면서 은수와 친구들 그리고 선생님은 서로에게 감사한 마음을 갖고 앞으로 즐겁게 공부할 것을 약속한다.

누군가 아프다는 건 당사자를 비롯해 그를 사랑하는 사람들 모두에게 참 힘든 일이다. 어느 날 우연히 선생님의 어머니께서 편찮으시단 이야기를 듣게 되어 딸아이에게 선생님이 요즘 많이 힘드시니까 말씀 잘 듣고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내야 한다고, 또 이건 선생님이 직접 말씀하신 게 아니고 다른 선생님을 통해 우연히 알게 된 사실이니까 다른 친구들한테는 이야기하지 말라고 당부했었다. 그런데 며칠 지나지 않아 대청소가 있어 엄마들이 모였던 날, 선생님께서 “어머니, 가온이가 선생님의 엄마가 아프다고 아이들한테 다 소문냈어요.”하고 말씀하셔서 깜짝 놀랐다. 딸아이에게 비밀로 하기로 해놓고 왜 아이들에게 얘기했냐고 물으니, “그래야 아이들이 선생님 말을 잘 듣지.” 한다. 그 마음이 갸륵하긴 하지만 약속한 건 지켰으면 좋겠다고 말하고 이야기를 끝냈다. 어쨌든 이 일을 계기로 「선생님, 나만 믿어요」의 은수처럼 딸아이도 자신과 선생님이 좀 더 친한 사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요즘 부쩍 선생님께 드린다고 막대사탕이나 불량식품을 자주 챙겨가는 걸 보면 말이다.

이 동화를 통해 선생님에게도 어려운 일이 있을 수 있다는 것, 아이들이 도와주면 더 즐거운 학교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알게 하고 공동체 속에서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본다거나 다른 사람을 눈여겨보는 마음을 키울 수 있어 학교에 갓 입학한 아이들이나 새 학기에 쉽게 적응하지 못하는 저학년 아이들에게 작은 위안과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다.